문재인 대통령의 ‘법정 최고금리(27.9%) 20% 인하’ 공약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면 서민들이 돈을 되레 못 빌리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위원회는 내부적으로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의 최고이자율 인하’에 대한 규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최고 금리 인하 마지노선을 24%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이 내건 최고 금리 20%는 장기 과제가 되거나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최근까지 업계의 의견을 듣고 현행(27.9%) 유지안과 규제 대안 1안(24%), 규제 대안 2안(20%) 등 3개 안을 놓고 △저신용자의 자금 이용 기회 위축 △금융회사 건전성 영향 △일본 등과의 대부업 자금조달 비용 차이 △대부업 순이익 및 감내 여력 등을 검토한 결과 1안(24%)이 적정하다고 사실상 결론지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안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최고 금리를 20%까지 인하하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자가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이렇게 되면 저신용자들의 대출 기회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리를 20%까지 인하할 경우 수익성 악화 등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건전성 기준에 미달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국내 저축은행들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27% 수준이다. 이 가운데 SBI와 OK 등 국내 자산 규모 상위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이 금리가 24% 이상이다. 최고 금리를 20%로 인하하면 이들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금리를 최대 7%포인트 내려야 하고 순이익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시장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추가 인하를 판단하겠다”고 결론 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지금까지는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금리가 더 뛰면 (최고금리 인하) 환경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일본(20%)과 싱가포르(20%) 등 주변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금리가 높아 서민과 저신용자들이 과도한 이자를 내는 고충을 덜어주겠다며 최고금리 인하를 약속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금융위의 ‘과제목표’에 ‘2017년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로 인하’를 명시했다. 이에 맞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일주일 만에 내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에는 지난 2016년 3월(34.9%→ 27.9%) 이후 약 2년 만에 금리가 24%까지 내려간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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