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자 경제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재계는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9%, 영업이익의 30.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공백 장기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크게 우려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과 투자·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 차질은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면서 “삼성도 삼성이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기업 정서가 더욱 심화할 경우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리를 넘어서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당장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과거에 매몰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 간 관계가 불투명했던 당시 벌어진 일로 누구보다 경영에 최선을 다한 인물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심히 유감”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공백 장기화가 안타깝지만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이 중심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지난해 10월부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경영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 상황의 장기화로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총수가 없어도 2년 정도는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수년 뒤를 내다보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성공을 일궈온 삼성전자가 이 기간 동안 현상 유지만 할 경우 미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으면서도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그냥 덮을 수는 없지만 기업이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원은 특검의 공소 내용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에 대해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단 출연금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특검의 구형량에 비해 이 부회장의 선고 형량이 대폭 낮춰졌다. 향후 항소심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통해 감형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롯데 등 다른 대기업 집단은 판결이 나오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재단 출연금은 대가를 바라고 낸 돈이 아니라 순수한 기부금이라고 계속 얘기해왔다”면서 “이번 재판에서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와서 한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성행경·박성호·강도원·조민규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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