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주(州)의 스캇 워커 주지사가 방한해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 이목을 끈다.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지난 14일 방한한 워커 주지사는 정보통신(IT)·바이오·농업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15일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도 만나 국간 경제협력 증진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특히 기업 간담회에서 워커 주지사는 위스콘신주가 제공하는 다양한 세제 혜택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스콘신주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으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해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위스콘신 주는 폭스콘에 30억달러(한화 3조3,000억원)의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키로 해 폭스콘의 마음을 잡았다. 당시 워커 주지사는 “한 시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주별로 해외 기업 유치가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다. 위스콘신주의 폭스콘 공장 유치도 7개 주( 미시간,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가 경합한 끝에 이뤄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됐음은 불문가지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온갖 족쇄로 기업 투자를 사실상 옥죄고 있는 한국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기치로 내걸면서 기업 투자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최고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곳은 모두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곳에 속한다. 지난 8월 LG전자가 발표한 전기차 부품 공장의 경우 러스트벨트(Rust Belt·5대호 연안의 쇠락한 전통공업지대) 지역인 디트로이트에 들어선다. 원래 이곳이 있는 미시간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었지만 지역이 쇠락하면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던 곳이다. LG전자가 처음으로 미국에 생활가전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으로 이번에도 트럼프가 승리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27년 만에 가전 공장을 짓게 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백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으로 트럼프 입장에서는 공장 유치로 체면치레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미국에 투자는 투자 대로 하고 외교 안보 이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 등과 얽혀 실리는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온다. 워커 주지사의 활발한 투자 유치 활동이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상훈·한재영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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