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7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 등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서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개최한 기업설명회(IR) 겸 거리축제 ‘IF(Imagine Future) 2017’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신용대출이 8월에 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풍선효과’가 그렇게 심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럴(풍선효과)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찬찬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만약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로 대출했다고 하면 금융감독원 검사 등을 통해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전국 은행 검사부장회의를 소집해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우회한 편법대출이 있는지 자체점검을 지시해놓은 상태다. 이번주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우회대출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금융사 직원을 제재하고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되면 대출회수도 검토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소호 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7월 4,780억원 늘어난 데 이어 8월에도 4,618억원 증가해 22조7,804억원으로 확대됐다.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월 11.0%에서 8월에 11.8%로 확대됐다.
집을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났고 은행의 가계신용 대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 대출 잔액은 93조9,188억원으로 1조3,899억원 늘어나 7월(7,012억원)보다 증가폭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러한 대출이 모두 부동산시장으로 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상당 부분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개인신용 대출이나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사는 데 썼다는 얘기다. 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LTV가 적용되지 않아 집값의 상당 비율만큼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이날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1년에 한 번씩 대규모로 채용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정기공채를 잘 하지 않는다”며 “공기업부터 채용방식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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