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의 무분별한 확정으로 인해 영세 문구유통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이소 인근 1㎞ 이내의 문구점은 매출이 반 토막 나거나 폐업하는 곳도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형 마트의 골목 상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점 제한’을 했던 것처럼 다이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동재(사진)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28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생활용품전문점인 다이소가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문구 비중을 확대하면서 전국 1만여 개 문구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8월말 현재 다이소 매장은 전국적으로 1,500곳까지 늘었고, 올해 매출은 1조 5,000억원, 내년에는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저가품 위주의 1회용품을 중심으로 천원샵에서 출발한 다이소가 2,000원, 5,000원, 1만원 이상까지 제품을 판매하면서 문구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면서 “현재 다이소 물품 중에서 문구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문구제조업체와 문구유통업체들이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매장이 급속하게 늘면서 전국 문구점 10곳 중 9곳 이상의 매출이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에서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은 92.8%에 달했다. ‘매우 하락했다’가 48.1%로 가장 많았고, ‘운영 위기 수준’이라는 응답도 8.1%에 달했다.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한국문구인연합회·한국문구인유통협동조합 등 문구 생산 및 유통 단체 3곳은 다이소 확장세에 힘을 합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6일 ‘한국문구인미래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이 이사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 이사장은 “버스는 버스 차선이,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듯이 각자 제 길이 있는 법인데, 다이소가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영세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당초 한국에 들어왔을 때 천원샵을 통해 저렴한 생활용품전문점을 표방했듯이 원래 차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이소가 주 사업 목적에 맞게 사업 조정 등을 통해 문구 업계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우리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구인미래혁신위원회는 공동 브랜드 ‘KMG 한국문구’를 내놓는 한편 ‘문구 편의숍’ 공동 간판 부착, 공동 브랜드 균일가 판매, 소비자 편의 매장 리모델링 등 자구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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