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와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과거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 STX그룹의 옛 계열사들은 해체된 지 4년 만에 채권단과 회생법원의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071970)은 13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본입찰이 치러질 계획이었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다섯 곳의 후보가 실사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20일가량 미뤄졌다.
STX중공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일승은 오는 16일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25일 본입찰을 추진한다. 매각 방식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현재 세진중공업이 조건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스토킹호스 방식이란 인수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찾은 뒤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해 매각 측에 유리한 조건의 인수자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에 주로 적용되며 경쟁 입찰이 무산된다고 해도 예비인수자와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 기업의 회생에는 큰 무리가 없다.
STX엔진(077970)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최종 조건을 협의 중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소시어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방산업의 특성상 전략적투자자(SI)의 인수가 적합하다는 매각 측의 판단 아래 유암코가 우선권을 잡았다. 유암코는 지난 7월 삼강엠앤티와 손잡고 STX조선 자회사인 고성조선해양을 1,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인수를 추진하다 불발된 ㈜STX도 다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해 이달 말 예비입찰이 치러질 계획이다.
과거 STX그룹의 계열사들이 연이어 인수자 찾기에 성공하며 채권단은 4년 만에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덕수 회장이 이끌었던 STX그룹은 조선·방산업을 중심으로 재계 서열 12위까지 올랐으나 과도한 차입경영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계열사들이 분리되며 그룹은 해체됐다.
계열사들은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자구안으로 인수합병(M&A)을 선택했다. 하지만 조선·건설업 등 주요 사업 업황이 악화돼 매번 인수자 찾기에 실패했다. 우리은행·한국산업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채권들을 출자전환하며 자금을 수혈했고 산업은행이 가장 많은 지분을 취득해 대부분의 계열사 최대주주로 올라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주요 사업부의 업황이 회복됨에 따라 STX 과거 계열사들의 매각도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업은 수주잔량이 2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며 불황을 극복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공업의 수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채권단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출자전환을 하는 한편 매각이 불발된 ㈜STX 등에는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 인수 후보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법정관리기업 STX조선해양은 STX유럽이 보유한 STX프랑스의 지분 66.7% 등 자산 매각을 통해 M&A 없이 올 7월 회생절차를 종결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들이 그동안 미뤄졌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나서며 STX조선 등의 수주를 돕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과거 알짜 계열사였던 STX 매물에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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