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며 주목 받았던 토종사모투자펀드운용사(PE) IMM PE가 케이블TV 업체 티브로드에 발목이 잡혔다. 케이블TV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태광그룹의 오너 구속, 갑질 논란으로 국정감사에서 티브로드가 몰매를 맞으며 자금회수(엑시트)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IMM PE가 결국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IB 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의 2대 주주인 IMM PE는 티브로드의 기업공개(IPO) 결정을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IMM PE 측은 “현재 티브로드 대주주 태광의 오너가 구속 상태라 상장 등을 비롯한 회사 업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올해까지 결정하려 했던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IMM PE와 JNT인베스트먼트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0억원 규모의 티브로드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진행했다. 현재 컨소시엄은 티브로드 지분 20.1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분투자는 티브로드의 기업가치 1조원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티브로드 상장 시 시가총액도 1조원이 넘어야만 IMM PE가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투자 당시 IMM PE와 태광은 티브로드 상장을 2017년까지 추진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년으로 미룬다 해도 티브로드의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상장도 불가능하다. 케이블TV 산업이 경쟁 플랫폼인 IPTV(인터넷기반 방송)에 밀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티브로드의 기업가치도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등 결합상품으로 비교우위가 높아진 IPTV를 시청하는 가입자는 2011년도 490만명에서 폭증해 올해 상반기 1,455만명으로 케이블TV와 동률을 이뤘다. 지난해 IPTV 3사의 매출은 2조4,2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어난 데 비해 주요 케이블방송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4% 줄어든 2조1,692억원을 기록했다. 티브로드 역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한 7,25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해도 7%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면 IMM PE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티브로드 상장 시 시총 1조원이 넘어야 손익분기점에 맞추지만 동종 업계의 비교 기업들의 몸값은 나날이 하락세다. 특히 케이블TV 업계 1위 기업 CJ헬로비전의 18일 기준 시가총액은 5,600억원이다. IMM PE가 티브로드에 투자했던 2014년에는 CJ헬로비전 시총은 1조5,000억원선이었다. 4위권 기업 현대에이치씨엔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서 4,25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케이블TV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도 결국 현재 기업가치는 5,000억원 수준에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IMM PE 입장에서 사실상 투자 대비 반토막이 난 셈이다.
IB 업계에서는 IMM PE가 상장보다는 투자 당시 확보한 주식 풋옵션이나 티브로드 매각 등으로 엑시트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M PE는 투자 당시 계약을 통해 풋옵션을 확보해 지분 인수가격(주당 6만8,800원) 그대로 티브로드에 매도할 수 있다. IMM PE 입장에서는 풋옵션은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티브로드 매각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태광 측과 대화 창구가 없어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도 못한다. 현재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 상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악화도 문제지만 갑질 논란 등으로 IMM PE 입장에서는 티브로드에서 떠나고 싶을 것”이라며 “태광에서 풋옵션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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