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 본관에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있다. 건물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4면 통유리로 제작된 엘리베이터다. 바깥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용 엘리베이터로, 기념관의 명물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승강기에 오른 승객들은 제조사의 이름을 보면 십중팔구 의아해하곤 한다. 대형 빌딩에서 접했던 외국계나 대기업이 아닌 낯선 중소기업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설치된 이 엘리베이터를 만든 주인공은 한진엘리베이터로, 올해로 설립 30돌을 맞이했다.
20일 경기도 시흥시 본사에서 만난 박갑용(사진) 한진엘리베이터 대표는 “30년간 쌓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무기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 관수·민수 시장에서 쌓은 실력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는 이 회사는 내년에는 매출 260억원과 해외 수출 80억원을 달성, 해외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5%에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박 대표는 20대 젊은 시절 오티스에서 근무하면서 엘리베이터와 인연을 맺었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 승강기 산업이 덩달아 커질 것으로 확신하고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구로구에서 개인사업자로 부품을 제작해 납품했지만 차츰 엘리베이터 제조에 대해 눈을 뜨면서 1987년 제조업 창업에 나섰다.
박 대표는 회사가 전기를 마련한 중요한 계기로 과천정부청사와 세종대왕기념관을 꼽는다. 그는 “2002~2003년 과천정부청사에 들어갈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따게 됐는데 당시 납품한 승강기가 분당 150m의 속도를 내는 최신 제품”이라며 “대부분 승강기 업체들이 제품이 분당 90m 속도에 머물러 있어 우리 제품이 국내에선 가장 빠른 승강기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기술력을 인정받아 LH공사와 SH공사가 아파트 대단지를 조성할 때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임에도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직접생산증명서와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중소 승강기 업체 70여곳 가운데 한진처럼 전체 제조 라인을 갖추고 주요 부품을 국산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곳은 10곳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승강기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시설물인 만큼 고품질의 부품을 사용해 전체 라인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안전성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베트남·방글라데시·이라크 등 기존 수출선에서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케냐·수단 등 아프리카 지역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대형 수주가 성사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내년도 해외 수출 목표치인 30%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4차 산업혁명 파고와 함께 떠오르는 사물인터넷(loT) 시장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휴대폰으로 움직이는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우리 회사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면서 “통신사에서 인프라를 깔아줘야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제어 기능 등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는 하나씩 해결하면서 시대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흥=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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