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찍으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확실한 만큼 연말 2,600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부 대형주들에 의한 쏠림 현상은 우려스럽다. 상승 온기가 중소형주 등으로 확산되는 ‘스필오버(spillover)’가 앞으로의 상승 동력을 결정 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개장 직후 2,500선을 넘어섰다. 개장 직후 0.43% 오른 2,500.33을 나타낸 후 등락을 거듭하며 0.02% 오른 2,490.0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500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스피가 2,000을 넘긴 지 10년 만이다. 게다가 최근 5년여간 ‘박스피’ 장세가 이어지면서 올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2,020선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1년 만에 20% 이상 올랐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도 1,654조원으로 연초 대비 26%나 증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6,176억원어치를 팔아치웠음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074억원, 3,151억원씩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최근 1개월 동안 1조3,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증시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
탄탄한 기업 실적이 증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3·4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49조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지표도 양호하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7%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지표만으로는 2,600 돌파가 금방이라도 가능할 분위기다.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코스피가 올해 말 2,600을 넘어선 후 내년에는 3,000에 도달한다는 예상도 내놨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가 2,8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당분간은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기대가 우세하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4분기 실적 시즌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분위기”라며 “큰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크게 빠질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문제는 상승세의 확산이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되는 스필오버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끈 시장에서 상승 동력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IT가 주저앉으면 다른 업종들도 다 같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닥 시장도 여전히 코스피와 온도차가 크다. 올 들어 코스닥지수는 6.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소 IT 기업·부품업체들로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셀트리온까지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결정하면서 상승 동력이 더욱 희미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호재와 정책 모멘텀을 기대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혁신성장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5세대 이동통신·통신장비·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한국 IT 업종이 재조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상승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주주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 가치 증대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김재홍 센터장은 “기업 가치를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면 배당 성향을 늘려 주주들의 이익을 늘려줘야 한다”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욱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박성규·이경운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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