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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1.4% '깜짝성장']수출 증가·추경의 힘...투자·내수·고용 등 체감경기와는 '괴리'

반도체·화학제품 등 수출 6.1%↑

올 3% 성장률 목표 달성 청신호

민간소비 다시 0%대로 떨어져

건설투자도 1.5% 증가에 그쳐

"경기 회복세로 오판 경계해야"





우리나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1.4%의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 정부 목표치인 연간 성장률 3% 달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받은 성적표를 두고 “경기회복세로 오판하는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질적 개선’에 따른 성과라기보다는 반도체의 수출급증과 재정투입(추가경정예산 중 일부) 효과에 힘입은 반등이라는 이유에서다. 민간소비는 다시 하락하며 성장률과 국민 체감 경기 간 괴리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4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1.4%로 분기 기준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0.8~0.9%)를 크게 웃도는 그야말로 ‘깜짝 실적’이었다. 성장 배경은 전적으로 수출의 힘이다. 지난 분기 대비 6.1%, 지난해 3·4분기 대비로는 5.0% 증가했다. 수출은 우리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화학제품·자동차 등에서 증가세가 돋보였다. 정부의 추경 효과도 한몫했다. 정부소비 증가율이 2.3%로 지난 2012년 1·4분기(2.8%) 이후 5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에 역점을 둔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3·4분기에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빛을 낸 것이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주력품목인 정보기술(IT) 업종뿐만 아니라 비 IT 업종도 글로벌 여건이 좋아지고 우리 자체 경쟁력이 유지되면서 조선·철강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 투자와 민간소비가 냉각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 호황 역시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3·4분기 건설투자는 2·4분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4분기(0.3%)보다는 높아졌지만 아직 예년 수준인 10%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0.5%로 집계돼 지난해 1·4분기(-7.0%) 이래 가장 낮았다. 민간소비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4분기 중 일부 추가경정예산집행 효과는 물론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둔 특수가 있었음에도 민간소비는 0.7%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다시 0%대로 떨어졌다.

내수의 또 한 축인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더디다. 7월 전월보다 0.6% 증가했지만 8월에는 0.1% 느는 데 그쳐 증가폭이 위축됐다. 고용지표 역시 좋지 않다. 3·4분기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9,300명 증가했다. 증가폭은 2013년 1·4분기(25만7,400명) 이래 가장 작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깜짝 성장이라고 봐야 한다. 수출 특히 반도체 물량이 크게 늘면서 성장률 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문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인데 선진국 경기도 내년은 올해보다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수출이 힘이 떨어질 것이고 건설투자까지 약화되면 성장률을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한의 추가 도발로 인한 악영향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 등은 일명 ‘학습효과’의 영향으로 북한의 도발 등에 담담하게 반응해오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명 ‘전쟁 불사’ 강경 태도는 언제든 학습효과를 벗어나는 메가톤급 경제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오판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소비지표는 오히려 감소하고 고용 부문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운 상황이라 추세적인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한국경제가 회복된 것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하면 체감경기는 더 가라앉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빈난새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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