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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어려서부터 꼬마과학자 별명...열정 쏟다보니 로봇전문가 됐네요"

뭔지도 모르고 궁금하면 만지작

청계천 뒤지고 트랜지스터 납땜

중고교시절 안 만들어 본 것 없어

'휴보' 만들어 공개한지 벌써 15년

中대학·연구소·구글에 팔았지만

가장 기초되는 모터기술 살피며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 노력중

현재의 로봇 아직 멍청한 수준

인류의 노동력 곧 대체할거라는

미래학자들 예언 지나치게 막연

사람의 요구와 기술간 격차 메워

의료·엔터&mid

오준호 교수가 휴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AIST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를 탄생시켜 15년간 업데이트해온 오준호(63)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바빴다. 아침부터 밤10시까지 연구실에서 보내는 그는 틈틈이 해외 과학재단이나 대학·연구소, 주한 외국상무관, 기업 관계자를 맞으며 외부 특강도 한다. 인터뷰한 지난 9월29일에도 노르웨이 오슬로 이노베이션위크(OIW) 메인 행사에서 특강한 뒤 막 인천공항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각국 혁신가·과학기술자·벤처스타트업·투자자·공공기관 관계자 앞에서 휴보를 소개했죠. 저녁에는 노르웨이 왕자가 여러 특강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식사하는데 제 옆자리에 앉더라고요(웃음).”

오 교수는 휴보가 2015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 세계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상금 200만달러)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겸손해했다. 2011년부터는 미국 등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 교육·연구용으로 휴보 수출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 교수가 미국 오리건주 웜스프링 지역에서 촬영한 개기일식 영상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오늘의 천체사진’에 선정돼 화제가 됐다. “별 관측이 취미였는데 20년 전부터 아프리카, 남태평양, 중동, 중국 신장지구나 일식현장을 다 찾아다녔죠. 로봇 기술과 결합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복잡한 기계를 단순화했어요. 이번에 초점거리 4,700㎜ 망원경 2개씩 3세트를 가져가 렌즈를 다르게 해 성공확률을 높였죠. 정확한 트레킹을 위해서는 엄청난 제어 계산을 해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야 해요. 위치정밀도가 10초각(1초각은 200㎞에서 1m)을 벗어나면 안 된다니까요.”

그는 그동안 인공위성도 추적하고 국제우주정거장도 찍어왔다고 털어놓았다. 인공위성은 북미우주방위국(Norad)이 6,000개를 관리, 공개하는 것을 참고한다. “북한도 로켓을 쏠 때 Norad 정보를 참고하는데 광명성 3호도 기능은 하는지 모르지만 떠다니고 있어요. 성우·성단·태양·우주를 찍기 위해 미국 뉴멕시코주에 원격천문대를 운영하며 인터넷으로 원격제어하고 있는데요, 취미로 시작해 이제는 망원경을 구동하는 장치가지 판매하며 수입도 짭짤하죠(웃음).”

오준호 교수가 찍은 개기일식 장면. /사진제공=오 교수


오 교수는 2011년 휴보2를 만들 때 실험실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해 휴보도 수출하고 천체관측 장비도 판매하고 있다. “사촌인 로봇학자 폴 오 교수가 있는 미국 드렉셀대에서 240만달러에 휴보 6대를 교육연구용으로 구입해 MIT·서던캘리포니아 등 6개 대학에서 한 대씩 쓰겠다고 했죠. 당시 미국도 인간형 로봇에 대한 연구가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때 싱가포르에서도 2대를 주문해 졸지에 휴보 8대를 만들어야 해 당시 서남표 KAIST 총장이랑 고민하다 아예 실험실 벤처를 세웠어요. 중국 대학이나 연구소·구글 등 기업에도 휴보를 팔았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과 망원경 구동장비로 연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내년 말에는 국내 증시에 기술상장을 할 계획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기술공유와 지분투자 요청이 많은데 최근 KTB자산운용 등 우리 투자회사에 보통주 14.5%를 1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상장절차를 밟고 있다. “휴보가 한 대당 비싼 것은 60만~70만달러, 100만달러짜리도 있는데 평균 40만~50만달러죠. 매출은 올해 40억원, 내년 50억원을 예상하는데 주문대로 해줘야 해 복잡하고 사람도 부족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죠. 사람도 뽑고 더 큰 공간도 필요해 학교 밖으로 나가려고요.”

하지만 그는 휴보와 세계 로봇시장의 수준과 전망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담담히 말했다. 현재의 로봇기술과 인공지능(AI)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것은 없으며 과장되게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라는 것이다. “미래학자는 노동력이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는데 너무 막연하게 예측해요. 사실 지금의 로봇 수준은 멍청해요. 사람이 잘하는 것까지 빼앗기 힘들어요. 드론·자율주행차도 갈 길이 멀듯이 말이죠. 기술발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해요.”

오 교수는 이어 “휴보는 사람처럼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공부도 하는 다목적 로봇을 지향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레벨 수준(레벨 5가 최고)에 비교하면 (다른 세계적 로봇처럼) 레벨 2로 봐야 한다”고 냉철히 진단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휴보에게 “음식을 주방으로 치워줘”라고 하면 거리측정, 포즈, 순서, 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일본 페퍼도 이동하며 눈길을 끌지만 악수할 때 힘도 못 주고 물건도 못 들며 눈 맞추고 말하면서 감정교류를 한다지만 초보 수준이라는 것이다.



나라별 로봇 경쟁력 면에서는 미국·일본·유럽이 앞서고 한국이 명함을 내밀고 있으며 중국은 산업용 로봇부터 치고 오는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앞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협동로봇(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 의료로봇, 안내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며 “요즘은 모터·감속기·유압시스템과 실린더 기술부터 혁신해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오준호 교수가 휴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AIST


로봇과 천문촬영 모두 취미로 시작해 프로의 경지에 오른 오 교수. 그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음악·체육·과학·공학 등 그것만 하면 막 호기심이 솟구치고 잠 못 자고 하는 게 영재라고 한다면 저도 공학영재였죠.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 카메라도 뜯어봤어요. 초등학교에서는 과학실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렌즈 사다가 천체망원경도 조립하고 코일 감아 모터도 만들어 꼬마과학자·꼬마박사로 불렸죠. 중고교 때는 조그만 로켓이나 화약·비행기·라디오·증기기관차·자동차 등 안 만든 게 없었죠. 청계천 상가를 뒤지고 트랜지스터 납땜하고 찌릿찌릿 진공관 전기도 실험하느라 방을 공작소로 만들어 연장 다 걸어놓고 정신없었어요. 고교 1학년 때는 반에서 56등 한 적도 있었다니까요(웃음).” 호기심과 열정을 말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고2 들어 수학에 재미를 붙여 상위권으로 올라갔죠. 연세대 기계과에 4년 장학생으로 들어갔는데 전공이 너무 재미있어 석사까지 한 뒤 원자력연구소에 2년 있다가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해 3년 반 만에 박사 따고 KAIST로 왔습니다.”

아버지를 닮아 아들(에릭 오)도 미국 UCLA에서 영화학석사를 마치고 픽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데 기대주로 통한다. 딸도 아모레퍼시픽연구소에서 동물실험 대신 사람 피부로 화장품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세포를 배양해 인조피부를 만든다.

“로봇이나 천체망원경이나 기계·전자·전기 원리가 같은데 어려서 뭔지도 모르고 만지작만지작하고 창의적인 것을 많이 했다”고 밝힌 오 교수는 “밤에 로봇 땜질하고 별 보고 일식과 인공위성 찍는다고 돌아다니고 옥상에 천문대 설치하고 재미있다고 하는데 교수사회에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1954년 서울 △연세대 기계공학 학사·석사 △1985년 미국 버클리대 박사 △1985년 KAIST 교수 부임 △2004~2005년 KAIST 기술이전·교류센터장, 신기술창업지원단장 △2005년 KAIST인상 △2008년 닮고 싶은 과학자상(과학기술부) △2011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 △2011~2015년 KAIST 특훈교수 △2012년 로봇인대상 대통령표창 △2013~2015년 KAIST 대외부총장 △2015년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우승 △2015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2015년 호암상 공학상 △2015년~ KAIST 석좌교수 △2016년~ KAIST 로봇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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