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후임 반도체(DS) 부문 대표이사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선임 절차를 밟는다. 권 부회장이 함께 맡고 있었던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후임 인사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순차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그간 인사를 전담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총수도 부재한 상황이라 이사회에서 대표를 추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사회 당일 인사가 계열사 사장단으로 확대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삼성전자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법적 근거가 없어 1~2주 간격을 두고 계열사별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에서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근 2년간 제대로 된 인사가 없었던 데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받쳐줄 신진 세력의 중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사회 개편 작업의 뼈대도 나왔다. 일단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시키기로 했다. 이사회 의장에는 사외이사를 비롯해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외국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런 이사회 개혁은 신설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원·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컨트롤타워가 전자·금융·물산 등 계열사별로 설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전과 비슷한 그룹 총괄 기능 형태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간 중복투자 등을 조율하려면 계열사별 컨트롤타워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 기능도 바뀐다. 기존 역할 중에서 지배구조 관련 업무,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대관업무 등은 빼고 투자 업무 조정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점이 찍혔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으로 혁신을 주도했던 것처럼 차세대 리더십이 어떻게 구현될지에 따라 삼성의 미래가 달렸다”며 “이 부회장으로서는 혁신 DNA를 갖춘 신진세대를 중용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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