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일 전격 사임했다. 이 은행장은 이날 긴급 이사회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관련기사 3·10면
겉으로는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지만 안으로는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은 행장 등 핵심 라인을 상업은행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데 대해 한일은행 출신 전직 임원이 내부 문건을 정치권 등 외부에 폭로하면서 확대된 측면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의 발단은 은행 내부의 뿌리 깊은 상업·한일은행 간 파벌 다툼”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KB금융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장기신용은행 등이 합병하다 보니 지주 회장 선출 때나 인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갈등이 누적돼왔다. 특히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도 노조의 반발이 컸지만 이면에는 계파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가 이번에 회장·은행장을 분리하면서 국민은행장에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허인 은행장을 깜짝 발탁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KEB하나은행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졌지만 여전히 화학적 통합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하나와 외환 출신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노조를 구성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 노조가 회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와 외환 노조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메가뱅크를 지향하며 대규모 합병을 했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출신은행별 계파갈등이 여전하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은행이 늘 내홍에 휩싸여 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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