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 2월께 10척 이상 대규모 발주를 하기 위해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2만TEU급의 배들이 발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발주 규모는 척당 1,500억~2,000억원으로 총 금액은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은 대부분 국책은행 등이 조성한 선박신조펀드를 이용하고 일부는 조달한 유상증자(7,000억원)에서 활용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밝힌 ‘해운업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현대상선을 대형화하는 계획과 맞닿아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은 이미 자국 선사들을 인수합병(M&A) 시켜 세계 3대 해운동맹 가운데 두 곳인 오션얼라이언스(중국)와 디얼라이언스(일본)의 주축으로 키웠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선복량이 10배에 달하는 세계 1, 2인 머스크라인과 MSC가 속한 해운동맹 2M과 제휴를 맺고 움직이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발주할 선박의 총 규모는 20만TEU 이상이다. 머스크라인의 발주량(22만TEU)과 맞먹는 규모로 세계 13위인 현 선복량(43만TEU)이 단숨에 65만TEU급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는 세계 7위 선사인 홍콩 OOCL과 비슷하고 8위인 대만 양밍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번 대규모 발주는 현대상선의 중장기 비전에 따른 것이다. 현대상선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높은 용선료로 장기 선박계약을 체결했고 결국 경영이 어려워져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자율협약에 돌입하는 조건으로 전 세계 선주들과 용선료를 3년6개월간 인하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따라서 2020년 다시 뱃값은 올라간다. 현대상선이 내년 초 발주한 초대형 선박들이 본격 인도되려면 2년이 소요된다. 현대상선은 2020년 용선료가 올라가는 선박들을 순차적으로 반선하고 새로 건조한 초대형·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재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발주가 2M과의 결별을 시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한다. 2M은 선복교환 방식의 동맹을 맺을 때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려면 다른 회원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발주는 2M과의 전략적 제휴와는 별개로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초대형 선박이 인도될 2020년 초에는 2M과의 제휴도 끝난다. 현대상선이 재도약을 위해 2M을 떠나 오션 또는 디얼라이언스와의 해운동맹을 염두한 전략이라는 나오는 이유다. 임종관 한국해양대 교수는 “초대형·친환경 선단을 갖추게 되면 화주를 모으기도 유리하고 강화된 환경규제로 까다로워지는 세계 무역항 입출항도 수월하다”며 “또 2M을 벗어나 다른 해운동맹과 협상할 때도 발언권이 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구경우·강광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