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사상 처음 주식 배당금 투자만으로도 예·적금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 금리는 낮아진 반면 기업들이 높은 실적과 주주친화정책으로 배당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업 당기순이익 증가, 주주이익 강화 등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 등의 도입으로 기업들의 배당정책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유진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여년 전에 비해 결코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주목되는 부분은 은행 금리와의 격차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이며 지난 9월 기준으로 시중은행들의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73%, 정기적금 금리도 1.94%에 그친다. 이처럼 연간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은행 예·적금 금리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배당 성장세는 기업 실적 성장세도 뛰어넘는 추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실적이 연평균 4.4% 증가하는 동안 배당은 9.5% 늘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기업분석2팀장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으로만 투자해도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51.7% 증가한 144억원으로 추정됐다. 당기순이익은 배당금 지급에 활용되는 재원이기도 하다. 서 팀장은 “당기순이익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은 예·적금에 잠긴 돈을 주식으로 넣어도 좋을 만큼 배당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기업들이 배당지급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 강화에 나서면서 배당수익률과 예·적금 금리의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1.3%에 그쳤지만 오는 2020년에는 2.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형주와 금융주·통신주 등을 중심으로 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4%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예상 배당수익률 4.8%), S-OIL(4.7%), 삼성카드(029780)(4.4%), 기업은행(024110)(4.1%), NH투자증권(005940)(4%) 등이 꼽혔다. 효성(004800)과 두산(000150)·SK텔레콤(017670) 등도 3.8~3.9% 수준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배당수익률을 높여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 등 해외 국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배당 확대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도 한다. 실제로 외국인은 올 들어 8조4,000억원가량을 코스피에서 순매수했고 개인은 반대로 순매도를 이어왔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점차 매수세를 늘리는 모습이다. 6일 코스피는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끝에 전일보다 0.33% 떨어진 2,549.41에 마감했지만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809억원, 1,440억원을 사들였다.
다만 증시가 외국인주도로 올랐듯이 배당도 외국인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 올해 코스피200 상장사의 배당금 절반은 외국인에게 돌아간다.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의 예상 현금배당금 22조원 중 외국인투자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액은 9조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배당금의 44.2% 수준이다. 증시 전체 배당금에서 외국인이 가져가는 배당액의 비율은 상승 추세이다. 2014년 39.1%(6조원), 2015년 38% (7조4,000억원), 지난해에는 41% (8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5%로 코스피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015~2016년 2년 연속으로 국고채 수익률을 웃돌았고 코스닥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최초로 국고채 수익률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5년 연속 배당기업의 5년간 주가상승률(지난해 기준 126.7%)은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을 100%포인트 초과하는 등 꾸준히 현금배당을 실시한 코스닥 기업은 주가도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