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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 ㈜LG에 편입… '편법 계열사 지배' 비판 잠재우기

LG, 상사 지분 24% 인수

김상조 위원장 요구 첫 화답

지주회사 체제 공고화하고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

안정적인 경영권도 확보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본무 LG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LG상사가 지주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 그룹 간 회동 이후 나온 첫 번째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본연의 취지에 더욱 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9일 이사회를 열어 구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격은 2,967억원으로 이날 종가인 주당 3만1,000원을 기준으로 했다. LG상사는 구 회장(2.5%)을 비롯해 구본준 부회장(3.0%)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6.2%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LG의 이번 조치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일련의 요구에 LG가 응답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다. 당시 LG상사와 LF는 계열 분리를 앞두고 있어 LG상사의 지주사 편입이 불발됐다. 이후 SK·GS 등 많은 그룹이 지주 체제로 바뀌었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빚어졌다.

시장에서는 재벌 총수들이 계열사를 지주사 체제 밖에 두는 편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LG로서는 LG상사 지분 인수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LG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LG에 대한 시장 기대에 부응하고 지주사 체제도 더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장점도 있다. LG상사는 그간 LG로부터 계열 분리된 개인 주주 지분율이 14.2%로 높아 주가 하락 가능성이 상존해왔다. 이들이 언제든 지분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편입으로 LG상사의 지배구조는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된다. LG로서는 자원 개발 및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상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LG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더 단순화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히 해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함으로써 지주사 체제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LG의 지배구조 개선 조치로 다른 그룹도 관련 움직임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 회동을 통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거나 주요 회사를 분할 합병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최대 4조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동의, 6차례 이상의 주총이 필요해 어느 하나 당장 현실화하기 힘들다. SK그룹은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 상태. 최태원 회장이 SK㈜의 대주주로서 30여 곳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LG 움직임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면서 “기업으로서는 지주의 수익구조 개편, 재단 운영 방식 등과 관련한 공정위의 압박에 대해서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강도원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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