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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리포트-'상권 색깔 만들기' 바람] "메뉴 차별화로 승부" 서울숲길 이색 식당·카페 속속 들어서

▲지역상권 보호구역 가보니

"실력으로 마음껏 경쟁할 수 있어" 지역 상인들 반색

임대료 급등·젠트리피케이션 막기엔 한계 '절반의 성공'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성동구 서울숲길 골목을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이지윤기자




지난 10월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1가2동 서울숲길(668·685번지). 요즈음 새롭게 뜨는 동네답게 곳곳에 특색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 주거지역 사이에 개성 있는 가게가 막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은 성동구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지역 골목문화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구역이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매장이 상권에 들어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개인사업자들끼리 매장 특색이나 메뉴 차별화 등으로 공평하게 경쟁해볼 만하다는 점에서 조례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퓨전음식점 주인인 B씨도 “이 지역에 모인 상인들의 경우 성수동 상권 형성 초기 때와 같이 이색적인 가게들이 밀집한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많은데 우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점에서 시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동구 조례를 발판 삼아 부산시와 사하구도 이르면 이달부터 부산시내 대표 도시재생 성공 모델이자 관광 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을 보전형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젠트리피케이션 확산 방지에 나선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경관을 보전하고 구도심의 급격한 상업시설 확산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감천문화마을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지역 고유 상권 키워라=이 같은 지자체들의 골목 상권 보호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이 특색 있던 지역 뿌리문화를 죽이고 결국에는 해당 상권 또한 쇠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내 유명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과 최근 2~3년 새 인기를 끌고 있는 경리단길의 상권 변화를 대조·분석한 결과 이색 가게가 많았던 상권 형성 초기와 달리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젊은 예술인들이 개인 화방과 디자이너숍을 열며 독특한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한 가로수길의 경우 2012년까지만 해도 건재했던 개인 숍들이 2017년 현재 대부분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대형 SPA 브랜드나 대형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메꿨다. 이태원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개인사업자가 몰린 경리단길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났다. 기존 거주단지였던 건물이 대부분 사라지고 대형 커피숍이나 유명 음식점이 비집고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입점은 건물 가치 상승 이외에도 후미진 상권 개발과 유동인구 증가 등 긍정적 효과도 불러온다”고 말했다.

◇‘골목 상권 보호’로 임대료 급등 방지에는 한계=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매장의 입점 제한을 시행한다는 지자체의 노력은 임대료 상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동구와 사하구에 앞서 서울시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서촌과 삼청동에서는 임대료 상승에 따른 건물주와 임차인들의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서촌에서 6년째 영업 중인 서촌 본가궁중족발의 경우 올 8월 임대인이 새로 바뀐 뒤 보증금이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 임대료는 3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상승해 건물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1월에는 삼청동 건물의 한 임대인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겠다며 기존 임차인들을 강제로 내보내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이 임대료 상승을 방지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 사례의 경우 참신한 시도지만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령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가 보완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프랜차이즈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해당 상권이 인기를 끌면 건물주는 당연히 임대료를 높일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 보호 법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신사동 가로수길 2012년, 2017년 입점 상황 비교.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기존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의 2010년과 2017년 입점 상황 비교.




서울 성수동 서울숲길 구역에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이지윤기자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성동구 서울숲길 골목에 위치한 한 떡볶이 전문점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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