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많은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코스닥 상승 전망이 커진 반면 코스피가 주춤하자 최근 4거래일 연속 코스피보다 높은 거래대금을 기록하는 등 활기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에 이어 게임, 중국 소비주 등 다양한 업종으로 상승 열기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기계적인 매수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벌써부터 코스닥의 과열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코스피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14일부터 17일 사이 코스닥은 4거래일 연속 코스피보다 많은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은 총 32조89억원으로 코스피(25조3,802억원)보다 26%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4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만 6,788억원을 순매수하고 개인과 기관은 총 7,587억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기간 코스닥은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780선을 찍은 후 총 2.6%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코스닥이 제대로 상승 동력을 확보했는지를 두고 아직은 우려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일례로 코스닥 시장에서의 거래 규모 증가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기계적 매수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9월 이후 일부 기관(금융투자)의 코스닥 순매수 금액 7,000억원 중 3,000억원 가량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유입됐다”며 “코스닥 150 상장지수펀드(ETF)의 설정액 변화, 국가지자체의 차익거래 등을 감안하면 금융투자의 코스닥 매수액 중 상당 부분은 방향성이 없는 기계적 매수”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코스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의 초강세는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내년까지 상승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내달 중 발표될 ‘코스닥 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방안’이 기대에 못 미치면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바이오 이외의 업종으로 코스닥 상승의 온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스타(국제 게임전시회)가 열린 게임업종, 스튜디오드래곤 상장이 기대되는 미디어 업종, 중국과의 갈등 완화를 예상하는 중국 소비주 등이 대표적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스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욕구도 높은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이슈와 테마가 많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원화 강세 등의 요인도 있어 일부 업종의 차익실현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업종이 부각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도 올해는 증가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 등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KB증권은 코스닥지수가 내년 1,000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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