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크고 단단해졌던 우리 경제가 근육이 풀어지고 허약체질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부에서 위기가 왔던 당시와 달리 저성장과 고령화·양극화·소비둔화 등 내부요인들이 우리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충고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이 진행을 맡았고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나와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우리 경제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조언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재경부를 책임졌던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직후 정책책임자로 흔들린 국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기초 계획을 세웠다. 현 원장은 2002년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비서관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장관은 개방된 우리 경제는 밖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달러가 없으면 겨울에 난방을 할 기름도 사올 수 없다”며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가 외채를 끝까지 갚은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냄비 속 개구리처럼 우리의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기업가에 시비조로 하는 풍토를 바로 잡고 기업가는 사명을 실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원장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전망이 정비되는 성과가 있었으나 노동 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며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고 노조는 ‘고용세습’ 같은 기득권을 덜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