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상장사 대표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침으로 투자금이 대거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코스피 기업들의 자사주 매수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 15일 정성립 대표가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1만9,250원으로 총 취득액은 9,625만원이다.
정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재상장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는 주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달 30일 주식시장에 재상장된 후 이날까지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주가 반등을 위해 대표가 자사주 매수에 직접 나섰지만 실적 기대감이 시장의 전망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등에는 실패하고 있는 모양새다. 13일 장중 최저가를 기록한 LIG넥스원(079550)도 주가 부양을 위해 대표까지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권희원 대표가 14일 보통주 1,000주를 장내매수 했지만 LIG넥스원의 주가는 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주가 하락은 방산주 대표주자인 LIG넥스원이 4·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9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1조9,900억원에서 1조8,369억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는 1,170억원에서 468억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 주가 반등에 성공한 경우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정도다. 연초 이후 급등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점 부담으로 이달 들어 하락세를 탔다. 김태한 대표는 6~7일 자사주 1만1,000주를 장내매수했다. 김 대표의 장내매수 사실이 알려진 10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은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분야 경쟁력으로 인한 실적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유동성 증가와 함께 숨겨진 사업 호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올 초부터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장내매수가 주가 반등의 신호가 되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입 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도 함께 보며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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