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내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여러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스튜어드십 도입 이후 주식 시장에 기대되는 변화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예측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에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에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일본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회사 기준으로 2013년까지 잉여현금 배당률이 11%였던 것이 2014년에 14%로 즉각 30% 정도 증가했다. 또한 2015년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 등에서 본격적으로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하자 자사주 매입도 과거 잉여현금 대비 3%에서 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회사의 근본적인 부가가치 창출력을 보여주는 현금흐름대비수익률(CFROI)도 2015년 바로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핵심적인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성장동력이나 당장의 재투자로 사용되지 않는 유휴현금이 주주 환원 정책의 원천으로 사용되게 된다. 일본에서 잉여현금으로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한 배당이나 주가 상승을 위한 바이백이 증가한 것이 사례다. 둘째, 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해 회계상의 단기적 경영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회사의 근본적인 영업 부가가치 창출에 향상에 힘을 쏟는다. 2015년 일본에서 CFROI가 의미 있게 증가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 같은 두 가지 변화는 경영학 이론상으로 모든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는 하지만 주주의 이익과 경영진의 목표가 차이가 날 때는 회사의 근원적인 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 우선이 경영진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에 어떤 변화를 줄까. 자산 대비 수익률이나 자본 이익률이 낮은 회사는 주주 가치 환원을 위해 비영업용 자산이나 대주주 지배력을 위한 자산 매각 등을 유도함으로써 회사의 자산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수익률 상승은 회사의 영업 가치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본에서 세븐아이가 2015년 주주들의 압력으로 영업 성과가 낮던 슈퍼마켓 부문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높은 편의점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 좋은 예이다. 현재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현금성 자산과 투자 자산의 비중은 35%에 이른다. 전 세계 2만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투자 전략을 제안하는 크레디트스위스 홀트(HOLT)의 주식 시장 할인율로 분석해봐도 한국 주식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교해 15% 정도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올바르게 정착돼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면 영업률 상승과 회사 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높다는 뜻이다. 잘 준비된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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