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역대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 뜻 깊은 해다. 지난 2014년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번번이 놓쳤던 ‘무역 1조 달러’ 타이틀을 3년 만에 되찾을 것으로 보이고, 수출 순위도 세계 6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뛰어올랐다. 무역 강국으로서 입지를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무역을 이끌어온 기업인과 수출 유공자들의 축제인 무역의 날이 지난 2011년 기존 11월 30일에서 12월 5일로 바뀐 것도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만큼 올해 맞는 ‘제54회 무역의 날’은 더 값지다. 특히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무역인의 축제다. 무역 정책을 짜는 정부와 수출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 간 가교역할을 하는 한국무역협회 수장도 최근 김영주 회장으로 바뀌어 새 정부와 첫 호흡을 맞춘다. 정부는 5일 무역의 날 행사를 통해 1,153개사에 수출의 탑을, 수출 유공자 680명에게는 훈포상을 수여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 환경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 분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양상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길 것으로 기대되는데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 역시 78.5%(1~9월 기준)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물량 증가율도 6년 만에 가장 높은 6.2%를 기록해 국내 생산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기업의 수출 신장도 주목된다. 벤처기업 수출은 올해 첫 2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벤처기업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기에 의미가 적지 않다.
미래의 무역환경을 좌우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우리 기업의 수출 실적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는 최초로 수출 9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8대 신산업의 수출 역시 전년대비 29.1% 늘었다. 이중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OLED), 에너지 신산업(태양광, 축전지 등) 등 3개 품목은 8대 신산업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스마트 공장 활성화를 통해 제조업을 더 살려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국내 스마트 공장 보급 수는 지난 2014년 227개에서 2016년 2,800여개로 급증하는 등 확산 추세다. 스마트 공장 관련 연구개발(R&D) 지원도 2010~2015년 누적 2,568억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과 비교하면 스마트화 수준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제조업의 질적 성장이 여전히 필요하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 공정 도입 기업의 경우 생산성 형상과 원가 절감, 납기 단축 등 생산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시스템 자동화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생산 인력 재배치, 전문 인력 채용, 실적 증대에 따른 고용 등으로 일자리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돼 스마트 공장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 무역에 복병이 많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수출이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쏠려 있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신3고(원화가치·유가·금리의 상승) 등으로 우리 기업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수두룩하다. 한 기업 임원은 “뭐니 뭐니 해도 무역 일선에 있는 우리 기업의 성적표가 일자리 확대 등에 사활을 거는 이번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신명 나게 뛸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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