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하나금융투자에 1조원 이상의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약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하나금융투자의 자본금 확대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하나금투 내년 업무보고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에게 자기자본을 3조원까지 맞추기 위한 증자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하나금투의 당기순이익이 1,200억원 수준을 넘어선다면 증자를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지난 9월 말 기준 1조9,542억원이다. 자기자본을 3조원까지 늘리려면 약 1조원가량의 증자가 필요하다. 하나금투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6~7%로 가정해 적정한 수준인 1,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라는 기준을 둔 것으로 설명한다. 지난 3·4분기까지 하나금투의 누적 순이익은 924억원이다. IB 부문의 실적 증가를 고려하면 4·4분기에도 300억~400억원 수준의 이익이 무난해 1,200억원의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자의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금투의 증자를 고려하는 데는 초대형 IB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오랜 기간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올 초에는 컨설팅업체에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대한 컨설팅을 맡기기도 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신한금융지주는 카드 쪽을, KB금융그룹은 손해보험과 증권을 앞세워 실적을 내며 은행 의존도를 60~70%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여전히 80% 이상을 은행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자기자본을 늘려 초대형 IB 분야에 진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해 증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VIP 점포인 클럽원과 메가점포 등 대형 점포를 출범하며 자산관리(WM)분야에 전사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IB와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회장과 이 사장 모두 증자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이 일찌감치 비은행사업의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었던 만큼 초대형 IB라는 카드를 활용해 ‘지주 간 협업(컬래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 역시 초대형 IB 진출을 통해 IB 사업을 확대하고 지주 내 계열사 간의 시너지효과를 높일 방침이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현재로서는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금투와의 협업이라는 판단 아래 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보리·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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