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제1 여객터미널(T1) 입주 면세점 사업자들이 공항공사가 제안한 ‘임대료 30% 인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측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30% 인하가 내년 1월 제2 여객터미널(T2) 오픈만을 염두에 둔 조치로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의 피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추가 인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004170) 등 대다수 면세사업자들은 지난달 23일 인천공항공사가 T1 임대료를 30% 일괄 인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이날 “추가 인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날은 공사가 제시한 답변 마감 시한으로 대다수 업체들은 마지막 날까지 답변 내용을 고심했다.
면세사업자들은 공식 답변을 통해 공사가 제시한 30% 인하 안이 이미 T2 개항이 결정된 2015년께부터 예상했던 수준이라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여객 수요의 30%가량이 T2로 옮겨가는 효과만 반영됐을 뿐 당시에는 예측 못했던 사드 보복과 중국인 관광객 급감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 일부에서는 20%포인트를 더 할인해 인하 폭을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이 30% 인하안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내년 T2 오픈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해야 하는 인천공항공사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의 면세점 임대 수익은 8,683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8%에 달한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이 크다 보니 임대료를 큰 폭으로 줄이기도 부담이고,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고려할 때 협상을 질질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협상을 서둘러 끝내기 위해 업계 입장을 반영치 않고 30% 인하라는 원안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가 각 업체에 의향서를 달라고 주문했고 대부분 업체가 이에 답변했기 때문에 협상 절차는 밟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만약 30% 인하를 밀고 나간다면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드 보복에 대한 피해 구제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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