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로봇의 매력에 흠뻑 빠진 뒤 로봇만 바라보고 달려온 청년이 있다. 약 150차례의 로봇 대회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꿈꾸며 창업에 나섰지만 3년간 여섯 번이나 실패한 뒤에야 사업에 성공했다. 최근 ‘2017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혁신적 실패 사례와 재도전 수기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오상훈(26·사진) 럭스로보 대표의 이야기다.
오 대표는 지난 7일 “우리의 기술이 세상 사람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빛’과 같은 존재이기를 바란다”며 “사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뭔가를 향해 절실히 달려왔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럭스로보는 모듈형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모듈형이란 부품을 자유롭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대표 제품인 ‘모디’는 마이크로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있어 쉽게 코딩(컴퓨터프로그래밍)해 다양한 스마트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한화인베스트먼트·한화드림플러스 및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15억원, 올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았다. 럭스로보의 기술에 대해 ‘차세대 엔비디아’라는 호평이 쏟아진 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1억달러 인수 제의도 받았지만 단번에 거절했다. 30개가 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이 회사는 내년도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것은 2013년 8월이다. 첫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로봇 키트였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모듈형 로봇 플랫폼의 초기 모델이었지만 당시에는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 이후 스마트 책상, 실내 위치를 알아내는 실내위치서비스(IPS) 기술, 식물의 상태를 빛으로 표현하는 스마트 화분, 영상처리 교육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 아이템은 전력선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loT)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중국 샤오미가 비슷한 제품을 와이파이 기반 기술로 개발하자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창업 멤버들이 하나둘 지쳐갔다. 오 대표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온몸으로 절감하면서 패잔병처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시절 로봇을 가르쳐준 박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커 어른이 되면 아이들에게 로봇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였다. 로봇 개발자의 꿈을 꾸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알기 쉽게 로봇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한 어린 소년의 모습도 떠올랐다. 오 대표는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것이 바로 모디였다. 각각의 모듈로 통신도 되고 전등도 켜고 끌 수 있는 13종의 모듈로 사용자는 자유롭게 조립해 나만의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 레고와도 조립 호환이 되기 때문에 교육용으로도 유용하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모듈 하나하나를 사용자가 쉽게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자체 기술로 반도체 운영체제를 개발했다.
오 대표는 “여섯 번의 실패가 그냥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등 제품 기획, 마케팅 전략, 소비자 분석, 원천 기술 및 특허 확보, 경쟁사 분석, 제품 양산 및 품질 검증 등 모든 지점에서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전7기 끝에 성공을 맛본 오 대표는 “창업가들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했기에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실패하면서 하나라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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