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가 출범했어도 금융인 10명 중 9명은 당국의 규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5%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 즉 관치를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다. 서울경제신문은 19일 ‘2018 리빌딩 파이낸스-금융산업 위기 탈출구 없나’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KB·신한·KEB하나·NH농협·우리 등 국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보험사·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고위임원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과거와 비교해 당국의 개입 없이 자율경영이 이뤄진다고 답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필요한 규제만 남은 정도라는 답변은 2.9%에 불과했다. 상당수는 영역이 축소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다(68.3%)’고 했고 모든 영역에서 관치가 매우 심하다는 의견도 18%였다. 10.8%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지배구조와 CEO 인사에 관한 ‘넛지 관치’ 외에 코드금융 강조, 수수료 및 금리 등 가격개입까지 금융을 산업이 아닌 소비자 보호의 도구로 보는 정부 인식이 현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규제·개입에 대한 체감도는 10점 만점에 7.36점(10점이 규제 강함)으로 높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금융인들은 금융산업의 성장을 막는 장애물로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84.9%)’를 꼽았다. 이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동원’이 51.8%, ‘노조의 입김’이 18.7%로 ‘관치’ ‘정치’ ‘노치’의 ‘3치’가 문제로 지적됐다. 내년에는 핀테크 등 디지털 환경 변화에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동반부실이 우려될 정도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 이 같은 장애물을 걷어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익명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 참여라는 명분 아래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면서 “금융시장의 자율을 침해하는 관치·정치·노치는 경쟁력을 쌓는 데 치명적인 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예전부터 해오던 타성대로 인사를 비롯한 관치금융이 고질병으로 남아 있지만 민간 금융사 또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주주들이 CEO를 추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혀 관치 확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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