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약세가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 개입 등 강한 조치가 없으면 한동안 원화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올해 수출 증가율을 4%로 예측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원화까지 예상 수준을 넘어선 강세를 띠면 한국 경제에는 필연적 악재다. 기업들이 “적정한 수준의 환율을 유지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원화 강세는 자동차업종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미국 시장 판매가 12% 줄어든 상태인데 원화까지 강세일 경우 가격경쟁력에서도 불리하다. 반면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돼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엔저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1년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의 글로벌 시장 가격 차이는 1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자업체도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실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가량 줄어든다.
원고는 중소기업 경영에도 악재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떨어지면 자동차·조선 분야의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5% 이상 쪼그라든다. 중소기업연구원 측은 “중소기업들은 큰 기업에 비해 브랜드나 유통망 같은 비가격경쟁력이 약해 원·달러 환율을 가격으로 전이하기가 어렵다”면서 “채산성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의 수출이나 실적을 보면 반도체가 절대적이라 이 분야가 꺼지면 모든 분야가 다 내려앉는 것”이라며 “제2의 노키아처럼 수출과 성장률이 큰 폭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환율 전망을 놓고서는 분석이 갈린다. 단기 흐름이라고 보는 시각은 국제적인 달러 약세를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 매도(네고) 물량이 더해지면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약세 흐름이 워낙 세기 때문에 한 번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같다”며 “외환시장 개입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원화 약세를 위한 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고가 장기로 갈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시장 개입을 할 수 없고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나 우리 경제의 체력 등을 고려할 때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환율의 흐름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 1,050원 이하로 떨어지고 원화 강세 사이클은 3·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50원까지 떨어지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호·빈난새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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