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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조선업 성장방안 마련"]표심 의식…잘못된 구조조정 신호 줄 수도

향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

채권단 주도 더 힘들어질 듯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 조타실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전격 방문해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성동조선·STX조선 등 벼랑 끝에 몰린 중형 조선사들도 결국 회생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재무적 입장에서만 따지면 성동조선 등의 미래는 이미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다. 성동조선의 경우 지난해 말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5,000억원가량 크다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더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STX조선도 지난해 하반기 이미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크다는 실사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실사 결과를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두 회사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통한 산업 진단을 다시 한 번 의뢰했다. 앞으로는 구조조정에서 ‘금융적’ 측면과 더불어 ‘산업적’ 측면도 함께 따지겠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중 나오는 산업경쟁력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양사의 청산 또는 존속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내부에서는 잘못된 메시지가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노사 양측을 압박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나서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노조 등이 ‘버티기’에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문가들은 2~3년 후부터는 조선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조선산업이 다시 효자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형 조선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거제 방문 이전부터 “구조조정에 앞서 중형 조선사 회생계획부터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소의 자구안까지 차질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올해 말까지 1,700명을 줄여야 하는데 노조가 반발에 나설 경우 이 같은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도 이날 임원 30%, 전체 팀의 25%를 줄이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남준우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일감을 제때 확보하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른 수건을 더 쥐어짜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이날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7조9,870억원으로 잡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60% 줄어든 수준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채권단에서는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은 엄정히 평가해 자구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신속히 집행하는 것인데 이 3가지 원칙이 모두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회계법인 실사 때 전 세계 해운조선업 전망을 모두 반영해 청산존속가치를 따진 것인데 이제 와 산업적 측면을 따진다고 하면 ‘살린다’는 답을 받아들고 시험을 풀라고 하는 꼴”이라며 “정부가 나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졌고 강도 높은 자구계획 이행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회생도 청산도 어려운 중형 조선사들을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또다시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정부의 책임을 더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은 고부가 조선업으로 이미 방향을 전환했는데 중소형 선박 위주의 중형 조선사를 사들여봐야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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