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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발행어음 인가'...발 빼는 증권사들

금융당국 결론 차일피일 미루고

"수익성 기대만 못해"인식 확산

KB증권, 인가 신청 자진 철회

NH투자證 인가안 10일 단독상정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려던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의지가 식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론을 차일피일 미뤄 ‘마냥 기다려봐야 득 될 것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발행어음의 수익성이 기대만 못하다는 인식까지 퍼지며 다른 길을 찾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목매지도 않는 일종의 ‘계륵’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 새해 첫 증권선물위원회에서 NH투자증권(005940)의 발행어음 인가 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어음 업무를 비롯해 관련 업무를 장기간 해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청탁 혐의와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대주주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져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무난히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증선위 논의에 오를 예정이던 KB증권은 지난 3일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특히 KB증권 측은 철회서를 금융위에 제출하며 ‘단기금융업의 사업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행어음이 주식 거래 수수료에 국한된 증권사의 수익을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후부터 두 달 동안 시장을 지켜본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IB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던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 착수로 발행어음 심사가 보류되며 바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든 것도 발행어음에 대해 굳이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결론이 연기되는 동안 미래에셋대우도 다른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어음 업무는 자기자본 200% 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해 자금조달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의 신용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어음(CP)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다시 말해 발행증권사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은 보장 받을 수 있다. 금리도 경쟁 상품보다 높아 거액자산가의 구미를 당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퍼스트 발행어음’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발행어음을 선보였다. 1년 만기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연 2.3% 수준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같은 만기 상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을 취급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1년 만기 상품은 1.35%다.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이틀 만에 5,000억원이 팔리는 등 고객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발행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금융의 비중은 30% 이하다. 높은 발행금리를 맞추기 위해서는 A급 회사채보다 낮은 등급의 회사채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의 활용이라는 발행어음 본래 취지에 맞추기 위해 역마진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종합금융운용부와 종합금융관리부의 운용역과 인력, 시스템 비용 등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100~150bp로 추정되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금리 인상으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발행어음의 높은 문턱과 운용의 어려움에 대형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금을 이용한 다른 사업 출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시진·조양준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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