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011200) 유상증자 청약미달 물량을 인수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시장에 팔아버린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현대상선 실권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거듭 밝혔던 두 증권사가 대량 매도에 나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장조사를 구체적으로 해봐야 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장 마감 후 장기투자기관(롱펀드)을 대상으로 현대상선 보유주식의 약 65%를 처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잔액인수 계약을 맺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2,328만917주, 2,332만7,157주 인수했다. 실권주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이 없어 시장에서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두 증권사가 조속한 매각에 나설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KB증권과 한투증권은 언론을 통해 “주관사로서 책임감이 있는 만큼 당장 손익만 따져 매각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단기매각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주관사의 분명한 메시지에 물량 출회부담을 덜게 된 현대상선 주가는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 12월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4,600원선까지 추락한 현대상선 주가는 같은 달 28일 5,000원을 회복한 데 이어 새해 첫날 5,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주가가 유상증자 가격인 5,000원을 회복하자 두 증권사는 태도가 변했다. 유상증자 수수료와 잔액인수수수료로 각각 200억원의 수입을 감안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시장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관사 배만 불린 해운사 유상증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자본시장법 시장질서교란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제2항 제4호)와 부정거래(제178조) 등의 위반소지가 크다”며 “원론적인 의미로 장기보유하겠다는 식의 발언이더라도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관사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했다”고 설명했고 KB증권은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장기투자목적의 롱펀드가 매수의지를 보이자 대량 물량 출회와 같은 시장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적합투자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록딜 이후 현대상선 주가는 이날 반등하기는 했지만 4,635원까지 내려왔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