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공개모집이 마감되기도 전에 이상직(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낙점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중소기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 전 의원이 지난 10일 모 매체에 중진공 이사장 지원 사실을 알리면서다. 이 전 의원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진공 이사장 공모에 신청했다”며 “중소기업 창업을 한 경험도 있고 중소기업 분야 전문성이 있으니까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중진공 측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미 판이 결정됐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의원이 청와대 낙하산으로 내정됐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사장 공모 신청이 끝나기도 전에 이 전 의원이 지원 의사를 언론에 흘리면서 다른 신청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공모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 핵심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유력 후보군을 주저 앉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정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부의 유력인사가 내정됐다는 설이 나왔는데 누가 들러리를 서고 싶겠나”라며 “이번 정부에 기대가 컸는데 보수정권보다도 ‘코드인사’가 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해당 언론사에서 먼저 전화가 와서 묻길래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만 했는데 기사를 통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창업한 경영인이다. 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고,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전북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중진공은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임 이사장 공모 공고를 시작했으며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격자 3인을 추려 중기부에 올리면, 신원조회 등 절차를 거쳐 중기부가 선임한다. 하지만 공모 마감인 12일 저녁까지 한자릿수의 지원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우려대로 지원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진공 이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에도 적지 않은 흠집이 날 전망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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