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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 투기의 함정서 벗어나라]'가상화폐 베팅' 56%가 청년층인데...상장사 20대 주주는 4.9%

< 1 > 주식시장 떠나 '코인 우울증' 빠진 2030

등록금까지 빼 '코인' 올인

연이은 규제로 대부분 손실

2030 빠진 증시는 고령화

산업자금 선순환 끊길 우려

20대에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

활황장 계기 투자 유인책 마련을

2030세대들이 가상화폐 열풍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은 청년들이 떠나며 늙어간다. 산업자본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재테크를 위해서는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 투기판으로 몰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건전한 투자문화를 심어주고 증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서울경제신문은 ‘N포세대, 투기의 함정서 벗어나라’ 시리즈를 게재한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에서 한 청년이 전광판에 뜬 가상화폐 시세를 바라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용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이 56.7%에 달할 정도로 청년들은 가상화폐에 과도한 베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장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했다는 N포세대에서 탈출한 손승일(29)씨. 지난해 12월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직이 결정될 때만 해도 절망 끝 희망이었다. 손씨의 절망은 출근 후 다시 찾아왔다. IT 기업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팀 내 직원 12명이 모두 가상화폐 투자에 시간도 여유도 없다. 닷컴버블에 열병을 앓았던 팀장이 눈치를 주지만 팀장은 이미 ‘3無(무)부장’으로 낙인이 찍혔다. 집도, 코스닥 주식도, 가상화폐도 없는 팀장은 무능력한 기성세대일 뿐이다.

가상화폐에 몰린 투자자들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 좌절했다. 인터넷상에 ‘얼마를 벌었다’며 수익 인증을 올리던 2030세대들은 이제 모니터를 부수는 등 분노 인증을 올리며 ‘코인 우울증’에 빠졌다. 한때 대학 투자동아리는 여의도 진출의 발판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코인동아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는 이들에게는 신분상승과 부를 확대할 수 있는 마지막 사다리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에 대한 반발도 크다. 서강대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제껏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서는 우리가 벌려니까 배가 아픈 것 아니냐”며 분노를 토로했다.

20대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상장사 개인 주주를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20대의 비중은 4.9%에 불과했다. 40대(29.1%), 50대(25.7%)와 비교했을 때 5분의1도 안된다. 은퇴 연령인 60대(13.3%)보다 적고 70대(4.8%)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재테크를 시작하는 30대도 19.5%에 불과하다. 주식 시장은 늙고 있다.



증시를 떠난 2030세대들은 한탕을 노리고 가상화폐에 몰렸다. 코스닥 시장의 테마주 열풍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가상화폐 투자에 인생을 베팅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 폭등에 투자자들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으로 몰렸다. 2,000만원까지 오른 비트코인 대신 비교적 싼 종목으로 향한 것이다. 투자자 중 상당수는 20~30대였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용자 중 30대는 32.7%, 20대는 24%로 56.7%가 2030세대다. 10대 이용자도 6.5%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30대의 경우 소액으로 높은 수익을 냈다는 소문에 여윳돈이 아닌 필요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 투자자를 가상화폐로 몰아낸 것은 투기성이 짙은 코스닥 테마주의 영향도 크다. 주식 투자가 ‘돈 넣고 돈 먹기’라는 말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 슈퍼개미들과 외국인·기관만 재미를 보는 현실이 단타매매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인이 회사 임원이라는 소문이 있던 성문전자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1만원이던 주가가 1주일 만에 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우량주보다 싼 종목을 찾아 한 번에 수익을 올리겠다는 투기심리는 2016년 코데즈컴바인부터 지난해 말 신라젠까지 코스닥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정치 테마주 관련 보고서를 통해 “기업 가치의 본질적 변화 없이 테마주라는 이유로 급등하는 종목은 결과적으로 수익률 급락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이유로 시장 관계자들은 “단타매매는 ‘개미필패(개인투자자는 반드시 손실)’”라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가상화폐와 신라젠에 자금을 투입하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습관은 ‘동전주 매수→물타기→버티기’로 이어지는데 대부분 개인이 여윳돈이 아닌 자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손실을 입고 끝난다”고 경고했다.

2030이 떠난 주식 시장의 고령화는 우리 경제 전체의 미래 위험을 키운다. 당장 산업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 주식 시장은 차익실현의 투자 공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산업의 자금줄이기도 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투자에서 시작하는데 주식 시장 고령화가 이어질 경우 자금 선순환의 고리가 끊겨 미래 무한경쟁 시대에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산업자금 감소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은 3,530조3,000억원으로 2016년(3,389조2,000억원) 대비 141조원 늘었는데 증가액 가운데 절반가량인 43.38%가 현금 및 예금이었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늘어난 보유자산을 은행에만 넣어두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 비중이 줄어들면 국부유출 위험도 커진다. 줄어든 개인 투자 비중을 해외 투자자가 메우게 되면서 국내 주식 시장의 과실을 외국인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기록적인 상승세로 지난해 말 사상 최고치인 2,561.63을 기록했고 코스피 상승세와 비교해 부진했던 코스닥지수는 신년 들어 정부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연일 급등하고 있다. 주식 투자의 매력을 청년층에 알리기에 적합한 시기가 온 것이다. 증권 업계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 시장이 새로운 투자자를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며 “주식 시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의 주식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청년 대상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혜·이경운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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