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으로 포장된 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스팸’이다. 1987년 국내에서 첫 생산된 이래 30년이 흐른 지금 캔햄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당시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런천미트’와 ‘치즈햄·장조림햄’ 등을 제쳤다. 지난 한 해에만 3,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제일제당(097950)은 오는 2020년까지 스팸을 연 매출 4,000억 원대의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출시 초기만 해도 스팸은 ‘질은 안 좋지만 싼 값에 먹는 햄’, ‘짜기만 할 뿐 맛도 없는 햄 정도로만 치부됐다. 현재는 스팸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생산하는 호멜사에서 ‘제조 기술의 롤모델’이란 평가까지 듣고 있다.
이 같은 스팸 성공 이면에는 프리미엄 이미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마케팅의 초점을 대중적인 상품이지만 고급 제품군에 속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스팸을 비롯한 캔햄에 깔린 부정적 평가부터 없애는 데 주력했다.
우선 맛과 품질을 개선하는데 꾸준히 투자했고 품질관리도 엄격히 했다. 원료 선정 단계에서부터 최고를 추구했으며 위생관리도 철저히 했다.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짠맛을 줄이는 부분에 역점을 뒀다. 그 결과 경쟁 제품보다 앞서나가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차별화된 마케팅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 만든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카피 덕분에 스팸은 쌀밥과 김치, 계란 프라이와 함께 ‘맛있는 밥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각종 프로그램의 장면을 활용한 광고를 매년 선보이며 대중에 친숙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식품 제품으로는 드물게 뮤지컬·모바일게임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까지 펼쳤을 정도다.
무엇보다 스팸의 인기는 대표 명절 선물로 자리 잡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매번 명절 직후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스팸 선물세트를 거래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명절 시즌마다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뉴욕타임스(NYT)는 2014년 기사에서 “스팸이 명절 때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팸은 한국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물려받은 싸구려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팸에 씌워진 이미지를 바꿔 가는 30여 년 동안 10억 개를 팔아치우며 3조 5,000억 원을 웃도는 매출을 쌓았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 자료를 보면 작년 10월 기준 국내 캔햄 시장에서 스팸의 점유율은 51.8%에 이른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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