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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강소 제조기업, 스마트공장으로 무장… 생산량 8배 껑충

추격 불가의 미텔슈탄트 제국 독일

< 6 > 제조업 혁신으로 위기 돌파한 獨

각종 설비 IoT로 연결해 실시간 관리...불량률 0.001%로 뚝

대기업서 시작한 '스마트공장' 中企 확산...76%가 도입·계획

정부도 연 1조 이상 예산 투입해 제조업 혁신동력 끌어올려

인구 4만명의 소도시인 독일 암베르그에 자리한 지멘스의 스마트 공장은 모든 공정을 정밀 추적해 하루에 수집되는 5,000만건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마다 필요한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다. /출처=지멘스 홈페이지




독일 스포츠 용품 업체 아디다스의 안스바흐 공장에서 운동화가 생산되고 있다. 최소 20일이 걸리던 공정은 스피드팩토리 도입 이후 20분의1로 단축됐다. /출처=아디다스 홈페이지




# 30종이 넘는 비디오 감시 장비와 스마트 센서가 작업장 내부를 24시간 지켜본다. 혹시라도 내부에 부족한 물질이 생기면 중앙 시스템에 이를 알리고 자동으로 공급한다. 조명 시스템 역시 상황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 사람이 직접 작업장을 오고 갈 일이 거의 없다.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대기업 공장의 풍경이 아니다. 정보기술(IT)을 물고기 산업과 접목한 독일 트레부르의 소규모 양식업체 ‘피시마스터’의 모습이다. IT 전문가이면서 낚시를 사랑했던 에릭 뉘른베르거 피시마스터 대표는 가시고기의 일종인 ‘잔더(Zander)’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끝에 대량 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도 처음에는 재래식으로 물고기를 양식했다가 모두 폐사하면서 실패를 맛봤다. 뉘른베르거 대표는 이후 수년 동안의 고민과 연구 끝에 수질과 유속·수온·산소량·조명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양식장에 적용해 독일 45개 낚시협회에 물고기를 공급할 정도로 사업을 안착시켰다.

피시마스터의 성공담은 독일 경제에너지부(BMWi)가 추진하는 ‘미텔슈탄트(중견·중소기업) 디지털’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뉘른베르거 대표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쓰레기가 생산되지 않고 식품과 에너지만 생산되는 자원순환형 사업 모델을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사실 변화의 물결은 지멘스나 보쉬·아디다스 등 전통 제조 대기업에서 시작됐다. 인구 4만명의 소도시인 암베르크에 자리한 지멘스의 스마트 공장은 ‘생각하는 공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 공장은 모든 공정을 정밀 추적해 하루에 수집되는 5,000만건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마다 필요한 작업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최적화돼 있다.

전 제품의 99.7%를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출하할 수 있고 불량률은 0.001%에 불과하다. 전체 공정의 75% 이상이 자동으로 운영되는데 20여년 전과 종업원 수, 공장 규모는 비슷하지만 생산량은 8배나 늘었다.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고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다. 공장 스스로 문제점을 진단·분석·파악하게 하고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고 있는 것.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이 ‘생각하는 공장’이라는 별칭을 갖는 이유다.

독일 기업의 76%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주로 생산 부문(86%)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생산성·수출 증대 등 경제 효과가 최대 5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처음부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인근 국가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역시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로 실업률이 7.4%까지 치솟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러한 위기를 ‘제조업 혁신’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독일의 실업률은 3.6%까지 줄었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제조업에 IT를 결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2015년에는 문제점을 보완한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내놓으며 제조업 혁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포럼을 통해 의제를 제시하고 좋은 사례를 발굴, 표준화해 중소기업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텔슈탄트 기업들의 성과가 기대보다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자 독일 정부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스마트 혁신을 지표화한 디지털화 지수가 낮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디지털 어젠다 2014~2017’ 전략의 일환으로 2016년 하반기부터 ‘미텔슈탄트 4.0’ 전략을 추진한 것. 이 전략은 중견·중소기업들의 디지털화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독일 산업 전체의 제조업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2016년 미텔슈탄트 정책 예산은 9억3,960만유로(약 1조2,000억원), 지난해에도 9억7,164만유로(약 1조2,430억원)에 달했다.

마리나 슈미드 독일상공회의소 혁신환경팀 매니저는 “독일 제조업 혁신정책의 핵심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공정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있다”면서 “BMWi가 운영하는 중소기업경쟁력강화센터를 기반으로 각 주에 있는 기술대학교와 기업협의체(상공회의소)가 모두 협업하는 방식으로 영세한 업체에까지 스마트팩토리를 확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제조업 공정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서 좀 더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언해줄 수 있도록 상담회 자리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의 강력한 미텔슈탄트 지원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3차원(3D) 프린터 기기를 양산하는 독일 강소기업 ‘트럼프’는 협력업체 공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디지털 안경’만 착용해도 3D 프린터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뤼나우어 라이너 세일즈 총괄은 “예전에는 고객사를 통해 받던 각종 데이터를 이제는 디지털 기술로 빠르고 정확하게 수신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공장에서의) 다양한 혁신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코블렌츠 남쪽 렌스 지역에 있는 티실레라이 케스퍼는 원목 계단 디자인 및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전형적인 미텔슈탄트 기업이다. 경영주의 딸인 율리아 케스퍼는 디지털을 접목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디자인을 제안한 후 결제까지 완료하면 이를 반영한 가구를 제작해 배송까지 해주는 온라인 주문 시스템이 핵심이다. 케스퍼의 사례는 수공업 분야에 스마트 공정을 효과적으로 도입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경아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정부가 ‘미텔슈탄트’라는 정책 대상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들 기업군에 대한 디지털화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가장 디지털화 성과가 더딘 기업군의 혁신을 본격화함으로써 독일 전체의 제조업 혁신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며 “이런 노력에 힘입어 스마트 공장에 부정적이었던 미텔슈탄트도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모습을 드러낸 스마트팩토리는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구축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독일처럼 전반적인 공정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프랑크푸르트=지민구·백주연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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