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경준(27)씨. 스마트폰으로 코스닥 종목들을 살피던 그의 첫마디는 “2030세대가 투자를 모르는 것이지 투기를 쫓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밤을 꼴딱 새는 친구들에게 김씨는 주식 투자를 권유하지만 설득당하는 친구는 없다. 하지만 투기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씨는 “주식 투자는 경제 성장의 가치를 개인이 흡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20~30대의 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를 앞둔 동전주의 ‘묻지마 투자’에 그치지 않고 게임처럼 가상화폐에 돈을 넣는다. 미래를 포기한 청년들에게 재테크는 사치가 돼버렸다. 하지만 투기는 ‘폭탄 돌리기’다. 블록체인이란 미래 기술에 기반을 둔다 해도 투기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손실을 떠안긴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증권사에서 주최한 모의투자대회에서 높은 수익을 내며 1위를 차지한 두 명의 ‘청년 투자 고수’에게 투기가 아닌 2030의 제대로 된 재테크 전략을 물었다.
◇주식투자 입문은=김경준씨는 전남대 통계학과에 재학하며 군 입대 전 주식을 산 것이 주식 투자의 첫발이었다. KG모빌리언스·일양약품·SSCP(옛 삼성화학공업)에 투자했다. 모바일 결제 산업의 장기전망(KG모빌리언스·SSCP)과 제약산업의 다양한 호재에 집중했다. 모두 성공은 아니었다. SSCP는 상장폐지되며 휴지가 됐다. 전역 후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면서 실력을 키운 후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지난해 주최한 모의주식투자대회에서 한 달간 140%의 수익을 내며 1위를 차지했다. 수상 경력은 올해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같은 해 키움증권 모의투자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김재겸씨는 일찌감치 시작된 ‘가정 교육’ 덕을 봤다. 김재겸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관심이 커 고등학교 때부터 주식투자 동아리에 가입해 수업을 듣고 직접 투자를 하면서 입문했다”며 “모의투자 대회 1등 후 이제는 아버지가 투자전략을 물어 보신다”고 말했다.
◇모든 정보는 재무제표에=두 고수의 공통점은 대학에서 재무회계학 등의 수업을 들으며 재무제표 보는 방법을 익혔다는 점이다. 김재겸씨는 “현금 흐름이나 영업이익 추이 등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해 종목을 고른다”라며 “신라젠과 같은 대표적인 투기성 종목은 한 번에 많이 올랐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 고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지양한다”고 말했다.
김경준씨는 보안업체인 ‘민앤지’에 가장 오랜 기간인 2년간 투자했다. 그는 “재무제표에 부채가 없고 유동성이 좋다고 봤고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출신인 만큼 경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스토리를 검토한 셈이다. 투자 대상의 사전 정보 파악을 중시하는 만큼 요즘 2030 사이에서 유행인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두 사람은 “과거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최근 성공 사례를 보고 뛰어든 사람들은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비전공자 학생이나 직장인이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의 정보와 가치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경준씨는 “시장에서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기관을 이기기 쉽지 않다”며 “기업 분석에 집중할 수 없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펀드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IT·콘텐츠가 유망=청년 주식 고수는 향후 어떤 업종에 투자할까. 두 사람은 모두 한국 경제를 이끌 ‘산업’에 집중했다. 김경준씨는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커왔지만 앞으로는 CJ E&M,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을 중심으로 문화·오락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최근 엔터주가 많이 올랐지만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겸씨는 반도체 업종을 추천했다. 그는 “코스피 대형주는 일단 안정성이 보장되고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기업 중 하나”라며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경영 상태가 좋기 때문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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