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졸업생인 공수현 박사(델프트공대 연구원)이 빛의 방향을 이용해 반도체 내부의 스핀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공 박사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26일자에 게재됐다.
반도체 내부의 전자는 스핀이라는 양자 상태를 갖는다. 양자 상태를 이용하면 더욱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지만 기존의 반도체 스핀 소자는 상온에서 스핀 정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공 박사는 반도체의 스핀 상태와 빛의 방향이 일대일로 연결된 소자를 개발했다. 반도체 속 스핀 회전이 반대방향이 되면 빛의 방향도 반대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빛의 방향만으로 반도체 스핀 정보를 제어할 수 있는 원리다.
빛은 주변 환경에 대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반도체 스핀 정보를 빛으로 전환시켜주면 먼 거리에서도 스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 수백나노미터 지름의 금속 나노막대를 이용하면 빛의 파장보다 더 작은 영역에 빛을 집속시킬 수 있고 이 빛은 금속 나노막대를 따라 진행된다. 금속 나노막대 근처에서는 빛의 편광 방향이 회전을 하는 광학 스핀을 형성하고, 빛의 진행 방향을 바꾸면 광학 스핀의 회전 방향이 바뀌게 된다.
이 때 생기는 광학 스핀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반도체 속 스핀과 상호작용한다. 스핀 방향은 유지한 채 빛의 스핀이 반도체 스핀으로 전환되거나 그 반대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스핀 회전 방향도 빛의 진행 방향으로 일대일 전환이 돼 빛의 경로를 이용해 반도체 스핀 정보를 제어하고 통신할 수 있는 새 개념의 스핀네트워크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공 박사는 실험을 통해 2차원 반도체 물질인 이황화텅스텐 박막을 이용, 2차원 반도체 스핀 정보가 90% 이상의 효율로 빛의 방향정보로 전환되는 것을 증명했다.
공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상온에서 자기장 없이도 반도체의 스핀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향후 스핀관련 연구 및 소자에 활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양자화된 빛인 광자를 이용해 반도체의 단일 스핀을 조절해 양자컴퓨팅 개발에 응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 박사는 2015년 KAIST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카블리 나노과학연구소 그룹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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