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다. 자폐증은 물론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철희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팀과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팀은 이탈리아 트렌토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증에 관여하는 새로운 신경계 사이토카인(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단백질)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997년 일본 오사카대 히라노 교수와 신경계 사이토카인 탐색 공동연구를 시작해 2006년 새로운 사이토카인을 발견하고 한국식 이름인 ‘삼돌이(samdori)’라고 명명했다. 세 번째로 발견됐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어 제브라피쉬(열대어의 일종)와 생쥐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삼돌이 유전자가 억제된 동물을 2010년 국내 최초로 제작했다.
연구팀이 지난 10여 년간 동물모델, 환자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후속연구를 진행한 결과 삼돌이 유전자가 정신질환, 특히 자폐증 핵심인자임을 규명해냈다. 삼돌이 유전자가 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실험동물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나타냈다. 또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3만2,000명 이상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삼돌이 유전자의 기능이 자폐증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철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신경계 사이토카인의 발견과 함께 유전자가위 기술, 환자 유전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우울증, ADH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울증 등 정신질환 신약 개발의 분자 타깃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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