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구두공장 미싱
최저임금發 가격 인상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인근 피자가게 안에는 김도형(48·가명) 사장 혼자였다. 지난해 말 카운터와 배달 직원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직원을 두 명이나 두면서 버틸 재간이 없어서 내보냈는데 과연 언제까지 가게 문을 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한 달을 맞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강남역·홍대거리·건대입구역 등 서울 시내의 대표적 번화가는 영하의 날씨처럼 스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종업원을 줄이고 무인자판기를 설치하는 등 인건비와의 뜨거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었다. 강남역 인근의 한 분식점. 60대 주인 부부는 각자 주문을 받고 김밥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아르바이트를 왜 쓰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금이 올라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다.
강남역 CGV 옆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와 초밥집 골목 안에는 자판기 형태의 무인주문기(키오스크)들이 한두 집 건너 눈에 띄었다. 최저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는 자판기들이 아르바이트생들을 밀어내는 중이었다. 최근 커피전문점에 키오스크를 설치한 문준혁(32)씨는 “함께 일했던 직원이 워낙 싹싹해 함께 하고 싶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니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최저임금 혼란은 생각보다 컸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생존의 문제인데 정부가 이념과 기득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현장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력기기 전문업체의 A 대표는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려놓고 근로시간은 52시간을 넘지 말라고 하고 그러면서 사람을 더 뽑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의도와 달리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심화, 물가 인상,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선의’라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전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소기업 문제는 경제논리와 인권 등 사회복지 이슈가 겹쳐 있는 영역인 만큼 이 두 가지 접근법의 밸런스(균형)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밸런스가 무너지면 대기업은 버틸 체력이 있지만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무작정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현장방문차 경기도 용인 씨즈커피코리아를 찾은 자리에서 “일단 올해 해보고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되고 정부 지원이 부담을 얼마만큼 덜어주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며 “그것을 해보고 결정해야지 무작정 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정·박해욱·박준호·이태규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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