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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고향가는 길- 전시·문화행사]곳곳에 박물관·미술관...이참에 즐겨볼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17일 낮 'The 광대' 특별공연

작지만 알찬 대전 이응노미술관

부산 'F1963 석천홀' 들러볼만

광주에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 눈길

올림픽 개최지 평창·강릉 가면

강원국제비엔날레·빛 전시 손짓

설 연휴는 바쁜 일상 때문에 그간 미뤘던 박물관, 미술관 방문으로 문화생활을 누리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서울과 수도권에 문화시설이 밀집된 편이지만 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이들도 손쉽게 가 볼만한 ‘숨은 보석들’이 다채롭다. 기존 전시뿐 아니라 명절 이벤트와 민속놀이도 기대감을 북돋운다.

설 차례상 차려보기 체험.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파주 농악 한마당.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서울·수도권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설 다음날인 17일 낮 열린마당에서 연희집단 ‘The광대’의 특별공연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을 개최한다. 풍물·탈춤·사자춤·버나놀이 등 한국 전통 공연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갈라 퍼포먼스 격이다.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한중일의 호랑이를 다 만나는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전과 유럽 3대박물관 중 하나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박물관전’이 열리고 있다. 3개층의 상설전시관은 온종일 누벼도 지겹지 않은 보물창고다. 개띠 해를 기념하는 서화실의 ‘개를 그린 그림’ 등 상설전이 풍성하다.

설 연휴기간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 모두를 무료로 개방한다. 인기 전시인 덕수궁관의 ‘신여성 도착하다’도 무료다. 과천관과 서울관을 방문하는 개띠 관람객은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을 제시해 출생연도가 확인되면 ‘3관 통합초대권’ 2장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선착순 50명 까지다. 또 연휴에 관람 인증사진을 ‘#설날엔국립현대미술관’과 ‘#MCM에디강’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6명에게 에디강과 MCM이 콜라보레이션 한 한정판 미니지갑을 받을 수 있다.

패션브랜드 MCM과 미술작가 에디 강이 한정판으로 제작한 아트상품 미니지갑.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경복궁 내 자리잡은 국립민속박물관은 설 당일만 휴관할 뿐 연휴 내내 ‘2018 무술년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진행한다. 박물관 로비에서 한복을 입는 방법과 함께 세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야외전시장 오촌댁에서는 올바른 설 차례상 차리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복주머니·복조리를 직접 만들고 떡국과 가래떡, 한과를 나눠먹는 자리도 마련됐다. 토정비결과 윷점보기, 새해 연하장 보내기 행사가 진행되며 파주농악 한마당,서울천신굿,전통연희와 사자놀이,이리농악 한마당과 다채로운 한국무용이 열린다. 개띠 관람객은 선착순으로 복주머니를 받아갈 수 있다.

이응노의 대표작 ‘군상’ /사진제공=이응노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전경


■대전·충청

대전 서구 둔산대로의 이응노미술관은 작지만 알차다. 이응노는 한국 전통미술을 기반으로 서구 추상양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화가로 지난해 파리 퐁피두센터와 세르누시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인전이 열렸다. 유럽에서의 영향력은 백남준 못지않은 작가다. 마침 미술관에서는 현재 ‘소장품 하이라이트’전이 열리고 있다. 이응노라는 이름을 파리 화단에 알린 종이 콜라주 작품부터 한자에서 착안한 초기 문자추상, 그 문자의 구조를 건축적으로 해체한 후기 문자추상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시기별 대표작만 엄선한 만큼 놓치기 아까운 전시다. 백제 문화권에 속하는 충청지역에는 국립 부여·공주·청주박물관이 있으니 챙겨서 방문하면 좋겠다.





■대구·경북

대구 인근이 고향이라면 대구미술관에 꼭 가봐야 한다. 대구미술관을 지방미술관이라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친다. 1960~80년대 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과 한국행위미술 50년사를 총정리한 기획전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은 어디서도 못 볼 높은 수준의 전시로 꼽힌다. 김구림·박현기·성능경·육근병·이강소·이건용·이승택 등 굵직한 작가 22팀이 초청됐다. 미술관 소장품 중 수직과 수평 미학에 초점 맞춘 ‘수직충동, 수평충동’은 세계 현대미술의 경향도 엿보게 한다. 후기 단색화 작가로 손꼽히는 남춘모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풍경이 된 선’도 의미있다. 설 연휴만 모든 전시가 무료관람이며 개띠 관람객에겐 선착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경북지역에는 신라의 심장부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경주의 국립경주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조은필 작가의 설치작품 ‘블루 너머의 블루’는 파도가 넘실대는 부산 바다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제공=고려제강 F1963 석천홀




부산을 주제로 한 기획전 ‘부산리턴즈’의 전경.


■부산·경남

부산에 갔다면 수영구 망미동의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F1963 석천홀’이 가볼 만하다. 지난 2016년 부산비엔날레 때 처음 공개돼 지난해 말 정식개관한 이곳에서 부산의 문화를 주제로 한 융복합전시 ‘부산리턴즈’가 한창이다. 바다, 영화, 노래, 야구, 골목을 부산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선정해 이들을 중심으로 부산 문화를 파고들었다. 바다로 상징되는 부산의 자연환경, 영화의 무대이자 소재가 된 부산의 이미지, 노래를 비롯해 미술·문학에 등장하는 부산의 서정성, 야구의 도시 부산의 응원문화와 대중적 열기, 산복도로와 좁은 골목길에 담긴 부산의 도시풍경이 펼쳐진다. 경남지역에는 가야문화를 대표하는 국립김해박물관과 의병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국립 진주박물관이 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창인 토마스 사라세노의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 전경.


■광주·호남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로 명성높은 토마스 사라세노가 아시아 최초로 대규모 신작전시를 연 곳. 바로 광주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다. 사라세노가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펼쳐놓은 전시 ‘행성 그 사이의 우리’는 관람객을 마치 우주 한가운데 선 듯한 착시 속에 명상으로 이끈다. ‘아시아의 개’ 테마전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개가 갖는 의미를 작품을 통해 짚어준다. ‘아시아의 타투’전도 흥미롭다. 태국·대만·일본·필리핀 등 다양한 지역의 문신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본다. 14일 개막하는 ‘나는, 코레예츠 4세’ 전시는 스탈린에 의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시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고려인 공동체 사회로부터 시작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를 연결하는 순례의 여정을 보여준다. 설 연휴 ACC 어린이문화원 입구와 로비에서는 아시아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한국의 제기차기·투호 뿐 아니라 중국의 면제기, 일본의 다루마 오토시, 인도네시아 라리까유 등이 마련됐다. 예향인 호남에는 전북 익산에 국립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있으며 국립광주박물관과 나주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의 ‘십자군 카바레’는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을 이야기 한다. /사진제공=강원국제비엔날레


지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작가의 ‘비념(Jeju Prayer)’/사진제공=걍원국제비엔날레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달아오른 강원도 지역에서는 평창·강릉 등 올림픽 개최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연휴 내내 이어진다. 그중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강원국제비엔날레다.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에서 무료로 열리고 있다. ‘악의 사전’을 주제로 홍경한 총감독이 전시를 이끌었다. 23개국 58팀의 작가가 11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 중 70%가 신작이다. 현대사에서 인류가 자행한 악행이 작품으로 선보였기에 다소 음울한 듯하나 이를 통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인본주의의 가치를 되새겨 올림픽 정신을 드높인 자리다.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문화ICT관에서 열리는 ‘라이트 평창 빛 전시는 백남준을 필두로 한국의 현대미술을 펼쳐 보인다. ‘거북’ 등 백남준의 대표작 10여점과 빛을 소재 겸 주제로 줄기차게 작업하는 미디어아티스트 리경의 작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꾸민 근현대미술 기획전은 김환기·이중섭 등 근대화가부터 이수경·정연두·이동기 등의 동시대작가들을 두루 선보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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