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기업들의 기업가치 거품이 걷히고 있다. 벤처연합군인 옐로모바일 계열로 병원·약국 검색 애플리케이션(앱) ‘굿닥’ 개발업체인 케어랩스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산정되면서 배달의민족·야놀자 등 상장 대기 중인 O2O 기업의 몸값 평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장외에서 바이오 산업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고 있는 O2O 기업의 기업가치가 코스닥상장과 함께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상장하는 케어랩스는 지난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7배 안팎에서 기업가치가 결정됐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5,000~1만8,000원으로 산정됐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공모가 상하단 기준으로 896억~1,075억원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기반 O2O 기업의 가치가 사상 처음 평가를 받았지만 예상보다 몸값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케어랩스의 기업가치인 PER 17배는 현재 코스닥 평균 PER인 21배보다 낮고 헬스케어 섹터 PER는 60배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케어랩스는 업계 1위 모바일기반 헬스케어 O2O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굿닥’과 함께 바비톡(뷰티케어 후기앱)을 운영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부, 비급여 병·의원용 CRM소프트웨어와 약국 업무 지원 시스템과 같은 정보기술(IT)솔루션 사업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3개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88억원, 48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기업가치 산정에서 케어랩스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다. 평가 방법은 유사기업 주가와 PER를 사용했다. 유비케어·인피니트헬스케어가 상장 유사 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이들은 O2O 사업을 하지 않는 회사라 정확한 몸값 비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첫 O2O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이 보수적으로 진행되며 상장 준비 중인 대형 장외 O2O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비슷한 잣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에서는 부풀려져 있는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대표 O2O기업인 배달의민족이 가장 최근 투자에서 받은 기업가치는 약 3,500억원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공개된 실적 중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6년 순이익 기준 PER는 130배 안팎으로 평가된다. 케어랩스 수준의 몸값과 단순비교하면 17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 창업 이후 적자를 기록하던 배달의민족은 2016년 첫 흑자를 냈다. 부동산 중개 O2O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직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투자 기준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2016년 기준 PER는 198배 수준인데 상장시 케어랩스의 기준 밸류에이션과 맞추려면 2016년 기준 순이익에서 추가로 순이익은 약 150억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두 대표 O2O 기업 모두 아직 적자와 흑자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100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단기간에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O2O 산업이 성장세가 높다고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라 아직 쉽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라며 “케어랩스가 일반 기업처럼 몸값을 평가받는다면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장외 몸값을 낮추고 기업공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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