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가는 길인 북미항로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며 세계의 상품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011200)도 올해부터 초대형선박 발주를 통해 이 싸움에 뛰어들면서 더 늘어난 북미 수송 물량을 차지하려는 해운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항로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실어나른 해운사는 프랑스 CMA CGM이다. 실어나른 컨테이너(20피트 1개 1TEU 기준)만 242만 8,755개로 2016년보다 109.2% 늘었다.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으로 이어지는 북미항로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일본, 대만, 한국 해운사들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까지 1위였던 대만 에버그린은 169만6,452TEU로 CMA CGM과 물동량이 70만TEU 넘게 차이가 나며 2위로 하락했다.
북미항로는 혼전은 2016년 한진해운이 무너진 후 점유율 7%가 흩어졌고 이 틈을 다른 해운사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본격화했다. 무기는 합병을 통한 공룡화다. 2016년 북미항로 5위에 불과했던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지난해 싱가포르 선사 APL을 합병해 점유율을 14.7%로 끌어올려 기존 1위인 에버그린을 단숨에 압도했다.
올해부터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3위인 중국의 코스코(10.16%)가 정부 지원을 업고 6위인 홍콩 해운사 OOCL(6.35%)을 합병해 점유율이 16.51%로 높아진다. 일본 역시 올해 자국 해운사 케이라인(5.68%)과 NYK(5.1%), MOL(5.1%) 등을 합친 ‘원(ONE)’을 출범시킨다. 점유율이 15.88% 올려 북미항로 시장의 2위가 된다. 지난해 합병으로 1위에 올랐던 CMA CGM은 3위로 에버그린은 3위로 추락하는 셈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9.34%)와 MSC(7.99%)도 북미항로 강화에 나서고 있어 올해부터 세계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2020년까지 미국으로 가는 항로의 점유율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북미항로를 차지하려는 해운 공룡들의 욕심은 늘어나는 미국의 무역 때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미국의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5%대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하는 등 소비 시장이 개선되며 북미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수입액이 2조3,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더해 올해는 2조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해운사들로서는 늘어나는 북미항로를 놓칠 수가 없다. 여기에 파나마 운하가 1만4,000TEU급 선박이 지나갈 수 있게 지난해 확장되면서 큰 배로 미국 서부해안과 동부해안을 한 번에 잇는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늘어난 물량을 큰 배로 한 번에 미국 서안, 동안에 운송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이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이 11%에 달했던 국내 선사들도 정부 지원을 업고 반격에 나선다. 올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한 원양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2만TEU급 선박을 무더기 발주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한다. 현대상선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47%로 8위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선대를 갖추고 이스라엘 짐(ZIM)라인 등과 협업에 미주 항로를 강화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초대형선 발주와 글로벌 선사와 협업에 북미항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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