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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일률 단축에 뿌리산업 다 말라"

[노동정책 성토 나선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 "기업 특성 무시

일감 몰릴땐 야간·휴일도 모자라

젊은 인력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

10년째 제자리 납품가 정상화 촉구

내달 23일 공장가동 중단 결의도





“주물업계 대표들이 납품 단가인상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는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입니다. 그만큼 현장의 상황이 어렵다는 걸 방증하죠”

서병문(74·사진)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되고 전기료와 원자잿값 등 제조 원가가 상승해도 우리 주물업계는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버텨왔다”면서 “하지만 더 이상 기업을 영위할 수 없는 존폐의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안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삶에 휴식을 주고,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일감이 줄어드는데다 숙련 인력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주물업계에서 봤을 땐 현실과 거리가 먼 남의 집 얘기”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1944년생인 서 이사장은 고희를 넘긴 중소기업계 원로다. 국내 자동차 대기업 2차 협력업체로 차량 부품용 주물 소재를 생산하는 비엠금속을 4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지난 1997년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오른 후 주물 산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서 이사장은 “최근 10년간 인건비와 전기료, 고철, 후란수지 등 제조원가는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 가까이 올랐는데 납품단가는 그대로인 게 문제”라며 “특히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인 16.4% 오르면서 그동안 주물 업계에 누적됐던 채산성 악화가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기침체로 주문 물량이 줄면서 현재 주물업계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60%에 그치고 있다”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과 전기료 인상 등 제조원가 인상 부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국회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합의한 상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여기에 더해 휴일 근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 이사장은 “주물업계에 종사하는 숙련공들의 평균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재 종사하는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해야 그나마 생산 납기라도 맞출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주물회사들은 특성상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야간 근로와 휴일근로를 해도 모자를 만큼 인력 소요가 크지만 비수기엔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인력이 생긴다”며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런 업계 특성은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에 소속된 중소주물업체 대표들이 22일 여의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제조원가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주물조합


한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주물업계 대표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률을 하도급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해 줄 것을 촉구했다. 조합은 결의문에서 “주물업계는 경기침체로 생산물량은 감소한 반면 인건비, 고정경비 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제조원가가 올랐음에도 대기업은 아직도 납품단가 인상을 현실화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오는 3월 23일까지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분 등에 대한 합당한 납품단가를 인상해 주지 않을 경우 누적되는 적자를 더 이상 자력으로 견딜 수도, 생산을 할 수도 없는 고사 직전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럴 경우 3월 26일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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