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틀 연속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거론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많게는 20조원대 ‘슈퍼 추경’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 원칙을 무시한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경제부총리는 23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예그리나어린이집 졸업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며 필요하면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을 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재정·예산·세제·금융·규제개혁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니 필요하면 추경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검토’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같은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올해도 추경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1조원대 추경의 근거였던 일자리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추경의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초과 세수도 충분해 부담이 크지 않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1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올해 초과 세수 역시 최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기재부는 “추경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 올해 추경은 ‘예상’이었지만 김 부총리의 발언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추경 규모는 작게는 10조원 이상에서 많게는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 관련 추경이 11조원대였던 만큼 ‘청년’에 한정한 추경이 이뤄질 경우 이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자원을 최대한 쓸 경우 20조~30조원의 슈퍼 추경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당위성이다. 추경은 대규모 재해 발생이나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법적 요건이 성립돼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GM 구조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청년실업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한두 해 문제도 아닌 만큼 ‘시급성’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과 새해 예산안이 편성된 지 두 달밖에 안 돼 추경을 논하기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날 선 시각도 있다. 정부가 재정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추경을) 너무 빨리 꺼냈다”는 불편한 말이 나온다. 실제 추경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선거 전에 이뤄질 경우 국회 통과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돈을 푸는 정책인 추경은 여당에 훨씬 유리하다는 게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세종=임진혁·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