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정유·화학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화학주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유가가 정제마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가 줄지 않고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다시 한 번 주가 상승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은 전 거래일 대비 2.59% 오른 1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 이상 상승 마감했다.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수혜주인 화학주도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이날 4.18% 올라 46만1,000원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케미칼(009830)(4.32%), LG화학(3.32%)도 크게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7,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하락했지만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연간 최대이익을 달성했다.
유가 상승에 수요까지 견조하면서 정유·화학주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연간 원유 수요가 1.73MBPD(하루 173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1.72MBPD 대비 소폭 상향된 수치다. 오는 2019년 수요 역시 기존 전망치 1.65MBPD보다 오른 1.72MBPD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2018~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을 반영해 2018년 석유수요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안정적인 수요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급과잉 우려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제품 역시 춘제 영향으로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받고 있지만 PVC 가격 상승과 중국발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증시 조정이 없었다면 1·4분기 가장 주목을 받을 섹터로 정유·화학을 꼽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있기는 하지만 기관들이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 수요에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고 PVC 가격도 최고 가격을 경신하고 있다”며 “정유·화학주에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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