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외 ETF 운용사들의 국내 시장 직접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릭소(Lyxor)자산운용과 아문디(Amundi)자산운용 등 복수의 해외 자산운용사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금융감독원에 자사의 ETF 판매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도이치은행에 따르면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자회사인 릭소자산운용은 운용자산(AUM)이 811억달러(1월 말 기준)에 달하는 전 세계 8위 운용사로, 전체 ETF 시장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서 자사의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외국집합투자기구 판매등록제도’에 따라 금감원에 판매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해외 운용사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정정할 내용이 없을 경우 신고서는 수리·공시되고 신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5일 뒤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서류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결과를 통보한다”며 “ETF도 일반 펀드와 같은 방식의 등록 절차를 거친다”고 전했다.
해외시장에 상장된 ETF를 신탁 형태로 판매하려는 국내 금융권의 시도는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햇다. 해외 운용사가 직접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아서다. 하지만 ETF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해외 운용사가 직접 진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 ETF 시장은 2014년 19조9,087억원에서 지난해 말 35조2,781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은행의 ETF 거래금액 역시 1조7,581억원에서 10조1,577억원으로 6배 가량 늘어났다.
신한금융투자가 이런 상황에 발 빠르게 나섰다. 해외 운용사에 ETF 신탁을 안내하고 펀드 등록 절차를 담당할 국내 로펌을 소개했으며 은행에는 해외 ETF를 안내하는 등 국내 은행과의 중개를 담당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투는 일부 은행과 해외 ETF 신탁에 대한 단독 브로커 계약도 체결했다. 신한금투는 실제 심사에 걸리는 기간은 3~4개월로 이르면 6월경 상품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도 기존 한 개의 ETF만을 담는 형태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해외 ETF를 엮은 형태로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그간 은행의 ETF 신탁은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등에서 거래가 가능한 단일 ETF를 신탁 형태로 만든 것에 불과함에도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는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의 효자상품이던 주가연계증권(ELS)이 투자자숙려제도로 판매가 어려워졌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펀드 가입이 늘면서 은행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라며 “해외 ETF는 국내 ETF에 비해 접근성이 낮아 신탁으로 판매할 경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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