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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빚 5년간 172조 느는데...무분별한 지출로 위기대응력 떨어져

[재정카드 남발하는 정부]

예산처리 두달만에 일자리 해결위해 또 추경 카드

한번 늘린 복지예산 못줄여 재정지원 땐 신중해야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부처에 여전히 많다”며 정부 부처를 질책했다. 정부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도울 일이 있으면 최대한 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공공 부문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봤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뜯어보면 정부가 재정을 ‘전가의 보도’로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재정적자를 172조원으로 추산했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이 같은 대통령의 의중을 고려하면 앞으로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툭하면 재정지원 카드로 일자리와 저출산·보건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해 들어 두 달 만에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카드가 거론된 것이 대표적이다. 관가에서는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최소 15조원 안팎, 많게는 최대 20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420조원의 슈퍼예산에 추가로 최대 20조원이 더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일자리 추경의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업에 근로자 임금을 3년간 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의 경우 지난해 8~12월 예산 집행률이 35.8%에 그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지난해 일자리에 18조원의 나랏돈을 쏟아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9.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데도 정권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고 있어 과거 사업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감액되거나 삭감됐던 사업들이 모두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 부문에서도 정부의 재정만능주의가 드러난다. 정부는 올해 사회기반시설(SOC)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인 돈으로 복지지출을 대폭 늘렸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지출 예산 비중은 33.7%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무원 증원과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에 10조원 이상의 재정이 들어가는 이번 예산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용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규모가 매년 커지고 기초연금도 수령자와 수령액 모두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해를 거듭할수록 복지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동수당을 비롯한 4대 복지사업으로만 5년간 8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적립금 추가 지출 규모만 2017~2022년 무려 30조6,000억원에 이른다.

육아부담 경감에도 재정이 투입된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근로자가 하루 1시간 단축근무를 하면 사업주에게 최장 1년간 월 최대 44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선택근무제 지원요건도 완화해 현재는 선택근무제 정산 기간 중 하루라도 연장근로를 시키면 지원금을 주지 않지만 앞으로는 근무시간을 단축한 날에만 연장근로를 시키지 않으면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두 제도 모두 고용보험기금이 재원으로 이번 개선에 따라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3조원이 책정된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에도 지속된다. 기재부는 1년만 하고 끝낼 수는 없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부 지원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로의 전환이나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금 재정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중장기 재정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 임기 중에도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철강 같은 주력 산업의 침체로 기업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는 향후 위기대응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학계의 재정 전문가는 “최근 정부 정책이 생색내기용이나 단기방편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번 늘린 복지 관련 예산은 좀처럼 줄지 않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므로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진혁·임지훈·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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