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은 우리 삶을 어디로 이끌고 갈까.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자율주행차·드론 등 5G 기반 기술의 상용화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경쟁도 막이 올랐다. 이들은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새로운 서비스들로 무장한 채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자리다툼에 돌입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8이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다(Creating a Better Future)’라는 주제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수닐 바르티 미탈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회장은 ‘좋은 서비스 사업자 되기’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세계적으로 51억명이 모바일서비스에 가입돼 있으며 84억개 기기가 모바일로 연결돼 있다”며 “5G와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기술 발달은 이용자들에게 보다 큰 혁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과 요시자와 가즈히로 NTT도코모 사장, 샹빙 차이나모바일 회장, 비토리오 콜라오 보다폰그룹 대표 등이 5G 관련 기술과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뵈르예 에크홀름 에릭손 대표,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대표, 호세 마리아 텔레포니아 대표 등도 기조연설자로 나서 “5G가 4차 산업혁명을 보다 더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WC 2018의 핵심 화두는 5G다. 시범 서비스가 주를 이뤘던 지난해 MWC와 달리 5G를 활용한 드론과 커넥티드카 같은 첨단기술 활용방안과 최적화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그만큼 5G 사회가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5G가 상용화되면 1㎢ 내에서 100만개 이상의 기기를 IoT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G 상용화를 앞둔 전 세계 통신업체들은 곳곳에 대형 부스를 꾸리며 신기술 경쟁에 나섰다. 보다폰·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 등 통신업체는 5G 기술을 시연했다. 이 가운데 올해 안에 5G 상용화를 선언한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고정형 액세스(FWA)에 기반을 둔 5G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신장비 업체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FWA 기반의 가정용 초고화질(UHD) 동영상 전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시스코는 AI 기반의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내놓아 5G 상용화 시 이슈가 될 망 과부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VR·AR 콘텐츠들도 전시장 곳곳에서 선보였다. HTC의 VR기기인 ‘바이브프로’를 비롯해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고’, 주변 지형이나 사용자의 3차원적 움직임을 추적하는 구글의 ‘스댄드얼론 VR 헤드셋’ 등이 전시장을 메웠다.
AI도 이번 전시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롭 하이 IBM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모바일과 AI의 변화 가이드’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석해 “AI 활용을 위한 세계적 표준을 만들어 더욱 빠른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모든 곳에 있는 AI:혁신과 투자’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디터 메이 BMW 선임 부사장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AI 혁신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국내 이통사들 중에서는 SK텔레콤(017670)이 피라 그란비아 내 제3전시장에 ‘완벽한(Perfect) 5G’를 주제로 604㎡ 면적의 단독 전시관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SK텔레콤은 에릭손·노키아·삼성전자·퀄컴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와 함께 LTE망과 5G망을 연동한 NSA 표준 기반의 5G 무선전송 기술과 ‘5G-LTE 이종망 연동’ 기술 및 5G 중앙기지국과 분산기지국을 연결하는 ‘5G-PON’ 솔루션 등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9년 연속 MWC에 별도 전시관을 꾸리며 한국 대표 ICT 기업의 위상을 뽐냈다.
KT(030200)는 GSMA 공동 주제관인 ‘이노베이션시티’에 글로벌 기업과 함께 참여해 5G 서비스를 소개했다. 5G존에서는 실제 5G 단말 외에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을 바탕으로 여러 대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합성해 송출하는 5G 방송중계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삼성·노키아·에릭손 등 제조사들과 공동 개발한 프리(Pre)-5G 규격 및 5G 기지국 장비를 전시했으며 무선VR 전송기술인 ‘VR 워크스루’ 기술을 적용한 5G 네트워크 기반의 VR 체험형 게임도 공개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완벽한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신망 제조업체 간의 경쟁과 다양한 협업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5G 상용화로 스마트폰 이후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의 등장 가능성도 이번 MWC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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