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번지고 있는 노조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이 주요 금융지주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 노조 등이 3월 주주총회에서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가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외국인 주주들은 최근 KB 측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면 모르겠지만 일부 외국인 주주들은 ‘왜 노조만 소위 로열 로드(지름길)를 가져야 하느냐’라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KB의 경우 이미 KB금융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라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예비후보 가운데 인선자문위 검토 등을 거쳐 걸러진 사외이사 후보를 주총에 상정하는데 노조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이 같은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총에 ‘직상장’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노조는 내부 절차를 거치면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낙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노조라고 예외가 될 수 없고 내부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정 시스템은 외부 시민단체에서 극찬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주주 및 외부자문사 추천→인선자문위원회 검토→사추위 검토’ 등 총 3단계를 거쳐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선임된 이병남 이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개혁연대 대표 때 추천한 인물이고 김유니스경희 이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했다. 이번에는 KB금융 주주인 APG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가 추천한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이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로 추천된 인물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 받아 내부 검증 절차를 거쳐 능력이 인정되면 사외이사 후보로 상정하는 것인데 노조는 자기들이 추천한 인물은 내부 절차를 뛰어넘어 주총에서 바로 표결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공정 시비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가 되면 투명경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과도한 경영간섭, 이에 따른 경영효율성 저하 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 도드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KB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금융지주에도 외국인 주주들의 우려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을 다음 주총으로 연기했고 우리은행 노조는 정부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뒤 노조 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KB금융 외국인 주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요 금융지주 외국인 주주들의 노동이사제에 대한 반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외국인 주주들은 노동이사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찬성률 17%로 부결된 바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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