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063170)의 올해 첫 메이저경매인 ‘제 147회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가 7일 종로구 평창동 본사에서 열린다. 올해 미술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번 경매에는 총 163점, 약 125억원(낮은 추정가 기준) 규모의 작품이 나온다.
우선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이중섭의 ‘소’이며 추정가는 20~30억원이다. ‘소’는 이중섭의 대표적 소재이며 한국인의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0년 경매에서 이중섭의 ‘황소’가 35억6,000만원에 작가 최고가로 낙찰된 이후 8년 만에 소를 그린 작품이 경매에 나오게 됐다. ‘흰 소’ ‘싸우는 소’ 등 이중섭이 그린 소 그림 대부분이 머리가 왼쪽을 향하는 것과 달리 이번 출품작 ‘소’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 벌어진 입과 솟은 어깨, 위로 말린 꼬리 등이 싸우는 소의 모습임을 추측할 수 있다. 소의 강한 동세와 빠른 붓터치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이중섭의 또 다른 작품으로 흰 닭을 잡으려는 인물들의 즐거운 한때 등이 종이 양면에 유화로 그려진 ‘무제’가 출품됐다.
‘미술시장의 블루칩’ 김환기가 1957년에 그린 ‘영원의 노래(B)’도 화제작이다. 세로 194.7, 가로 96.3㎝의 화폭에 학과 달, 구름과 사슴, 산 등을 자유롭게 배치한 그림이며 추정가는 30억~45억원으로 책정됐다. 김환기가 파리에 머무르며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을 즐겨 그리던 시기의 작품이다. 작가가 점화(點畵)라는 완전 추상으로 넘어가기 전 대상을 간략하게 함축적인 동시에 서정적으로 표현하던 ‘반추상’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한국화나 서예에서 봄직한 필선의 미학이 탁월한 1958년작 ‘산’(이하 추정가 8억9,000만~12억원)은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후 43년만에 공개된 작품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1958년작 ‘작품(Work)’(3억5,000만~4억5,000만원)은 선과 면으로 공간을 구성하되 얇은 검은색 테두리 선을 둘러 표현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화면을 이뤘고, 1989년작 ‘작품(Work)’(1억~1억5,000만원)은 간략한 형태와 색만 남은 산 위로 짧은 막대처럼 나무가 솟은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이다.
지난달 홍콩 센트럴에 개관한 서울옥션의 상설 전시장 ‘에스에이플러스(SA+)’의 첫 전시를 통해 주목받은 이우환의 작품도 경매에 나온다. 1983년작 ‘선으로부터’(1억2,000만~1억7,000만원)과 1984년작 ‘무제’(3,000만~5,000만원)가 새 주인을 찾는다.
이응노의 1979년작 ‘문자 추상’은 추정가 3,000만~5,000만원에 출품됐다. 지난해 파리 퐁피두센터와 세르누치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연달아 열린 이응노는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주목받는 한국미술가 중 하나임에도 가격은 저평가돼 있다.
고미술 출품작 중에는 불교미술품에 관심 둘 만하다. 경매사 측이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이라고 밝힌 금동불감(金銅佛龕·16~20억원)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도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작은 불상을 모시는 용도로 제작된 것이라 앞의 양쪽 문을 여닫을 수 있고 내부에 삼존불이 안치돼 있다. 불감과 봉안된 불상까지 갖춰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자랑한다.
희귀한 건칠불(乾漆佛)도 만날 수 있다. 건칠불은 삼베나 종이 위에 옻칠을 두껍게 발라 건조시킨 다음 겹겹이 옻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해 쌓아올린 것으로 국내에 15점 내외가 전해질 뿐이다. 출품작은 보관을 쓴 ‘건칠보살좌상’(4억~6억원)이며 임진왜란 이전의 조선 초기 것이라는 게 경매사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야요이 쿠사마와 요시토모 나라, 팝아트의 대표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다양한 외국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출품작은 28일부터 경매 당일인 7일까지 평창동 본사에서 사전전시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다. (02)395-0330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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