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서 생산돼 의료기관에 처음으로 공급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를 분당서울대병원에 공급했다고 4일 밝혔다. 지르코늄-89를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의료기관에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세대 의료진단용 동위원소로 주목받는 지르코늄-89는 암 진단용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와 같은 영상진단에 사용한다. 반감기는 3.3일이다.
지르코늄-89는 몇 시간에 불과한 기존 동위원소보다 반감기가 길어 질병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지르코늄-89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나지 않아 동물 실험용이나 연구용으로만 쓸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박정훈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사팀은 고체상 분리법을 이용한 지르코늄-89 양산시스템을 구축, 특수흡착제(하이드록사메이트) 기반 크로마토그래피법 기술을 활용해 지르코늄-89를 핵종 순도 99.9%까지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RFT-30 사이클로트론이라는 입자 가속기로 한 번에 130밀리큐리(방사선량을 나타내는 단위) 수준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이는 한번 생산 공정으로 약 25곳의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앞으로 300밀리큐리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높일 예정이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신청을 받아 월 1∼2회 지르코늄-89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동위원소 생산·공급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핵의학연구나 산업체 등에서 필요로 하는 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